이창용 “강달러 스필오버 우려… IMF 구제요청 국가 급증”

입력 2022-10-17 04:0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세계 주요국이 달러 강세 기조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spillover·스필오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및 식량 가격 인상과 달러 강세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국가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아 당분간 금리를 올리는 추세를 가져가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그런 정책이 미치는 스필오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미 중이다.

이 총재는 달러 강세가 과거와 달리 석유 등 에너지 가격 인상과 함께 진행되고 있어서 달러 외채가 많은 국가나 저소득국 고통이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나라가 크게 늘었다”며 “아시아에서는 요청한 나라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 많이 준비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연차총회에서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인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을 해결하려면 근본 원인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하는 입장에서는 전쟁이 상당 기간 갈 수도 있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에 대해서는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상시 스와프를 체결한 나라도 환율이 다 절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담보로 미 연준으로부터 달러화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인 ‘피마 레포(FIMA repo)’ 활용 가능성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많은 안전장치와 도구를 마련해 뒀다”며 “지금은 쓸 필요도 없지만, 상황이 오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편 이날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강의에서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섣부르게 밝혔다가 시장 혼란만 키웠다는 국내 비판에 관해 해명했다. 그는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7~8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통화정책방향 사전 안내)’를 제시할 때의 0.25% 포인트 인상 기조는 미국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을 보고 다시 고려할 것임을 조건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김경택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