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3시간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고 이대준씨는 북한 측에서 발견됐다는 첩보가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이후 3시간 만에 사살·소각됐다. 문 전 대통령이 이씨를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밝히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 결과를 ‘정치 감사’로 규정하고 국정조사, 감사원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13일 문재인정부 고위 인사들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했다고 결론짓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20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확인되지 않은 첩보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이씨의 자진 월북을 속단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이씨가 착용한 한자가 쓰인 구명조끼, 자연 표류 가능성 실험 결과 등 월북과 배치되는 사실이 의도적으로 제외됐다는 것이다. 관련 첩보 106건이 무단 삭제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감사원의 판단대로 정부가 우리 국민의 목숨이 희생된 사건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면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는 절차와 결론에서 부실한 대목이 적지 않다. 감사원은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면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증거 인멸이나 도피 우려가 있으면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지만, 서둘러 발표할 일이었는지 의문이다. 또 이씨의 행적과 관련한 분명한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책임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 없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도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에 숨을 게 아니라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이 희생됐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이 불거진 사건이다.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