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외교

입력 2022-10-17 04:07

지난달 15일 우즈베키스탄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전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표명해 중·러 관계의 변화 조짐이 엿보였다. 이후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대화를 통한 휴전과 주권 및 영토 온전성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와 일정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중국의 후원이 든든한 기반이므로 양국 관계는 우크라이나전의 장래와 연관된다. 미국이 지난 12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즉각적인 위협은 러시아지만 유일한 경쟁자인 중국과의 대결이 대외전략의 핵심 과제라고 지목한 상황인 만큼 미국의 세계전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 북한이 미국과 중·러 간 대립에서 비롯되는 신냉전 도래를 빌미로 중·러와 유대를 강화하면서 연속적으로 군사 도발을 감행하고 있으므로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관계된다.

2019년 6월 시 주석의 방러 때 양국은 ‘신시대 전면적·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맺는 등 동맹에 준하는 유대를 강화해왔다. 특히 양국 체제와 인권 문제에 대한 서방의 관여를 내정 간섭이라고 함께 배척하고 미국 제재와 견제를 공동 극복 과제로 삼았다. 또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에서 서로의 입장을 두둔하는 한편 무역 증진 및 방산·에너지 협력과 빈번한 연합훈련을 디딤돌 삼아 전략적 반미 연대를 공고히 해왔다.

연초에는 서방이 중국의 인권 문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 보이콧’하자 푸틴은 올림픽의 정치화라고 비난하면서 시진핑과 나란히 개막식에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양 정상은 “양국 간 우정엔 제한이 없다”면서 나토 확장에 반발하고 아태 지역 군사블록 형성을 반대해 서로의 안보 우려도 두둔했다. 특히 당시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의 대중 견제와 봉쇄를 분산시켜 중국이 미국의 예봉을 피하는 기회로 작동할 것으로 예측됐고, 중국의 대러 지원은 향후 더 강화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발발하자 중국은 상당히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먼저 북한이 유엔에서 대러 규탄이나 제재에 반대표를 던진 것과 달리 중국은 기권하는 데 그쳤다. 물론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 홍콩 등의 문제에 대한 서방 관여를 배제해야 하므로 명분상 타국에 대한 군사침략을 지지할 수 없다는 사정도 있었다.

특히 중국과 미국·유럽연합(EU)의 교역 관계는 중국의 대러 지원을 압도적으로 견제했다. 2021년 러·중 교역은 전년 대비 36% 늘어 1468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미·중 교역은 5배나 더 많았고, 대EU 및 영국 수출은 대러 수출의 10배가 넘었다. 대러 지원과 관련해 미국과 EU의 견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언급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무기 및 군사 지원을 삼가 미국과 서방의 압박은 피하면서 러시아와의 일반 무역과 에너지 수입은 오히려 늘렸다. 식량과 원유 및 천연가스를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수입하고, 일부는 가공 방식으로 재수출해 상당한 이득을 봤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면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제 예상과 달리 러시아가 수세에 처하고 점령된 영토를 사실상 강제병합해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에 부담을 주는데다 핵무기 사용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중국은 협상을 통한 휴전을 권고하고 주권 존중을 내세우면서 대외정책 명분을 살리고 실리도 지키겠다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국가안보, 경제번영, 평화통일이라는 국가 전략 과제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달성하려면 중국의 실리적 대외정책 기조를 면밀히 살피고 그 함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