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위성도시의 친구들’이 있다. 서울 홍대 근처에 집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매일 밤 모두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막차를 타기 위해 초조한 마음으로 자리를 뜨거나, 첫차를 타기 위해 밤을 새우거나. 네 명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던 순간은 슈게이징 밴드의 베이시스트였던 친구의 공연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슈게이징은 예나 지금이나 인기가 없는 장르이지만 모두 한물간 록 음악을 좋아하는 이십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데이비드 보위의 부고가 있던 날, 우리는 함께 영화를 보고 나와 합정의 ‘펍선데이’에 갔다. 과묵하고 친절하신 사장님이 운영하는 펍이었다. 위성도시 친구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지만 몇 년 되지 않아 곧 문을 닫았다. 슈게이징처럼 인기는 없지만 우리가 좋아했던 밴드들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모였다. 공연 전에는 커피를, 공연 후에는 술을 마시며 농담하고, 춤을 추고 노래 부르며 몇 년을 보냈다. 언제부터인가 그 시간들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함께 놀던 친구들이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생기면서, 그중 어린 편이었던 위성도시 친구들에게도 하나둘 직장과 할 일이 생겨났다. 무엇보다 자주 가던 공연장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문을 닫았다. 공연장뿐만이 아니었다. 술집, 카페, 얼마 되지 않던 비건 식당들까지 속수무책으로 폐업 공지를 올리는 것을 보면서 망연자실했고, 닫힌 문 앞에서 방황했다. 새로운 가게들은 언제나 생겨났지만 머지않아 폐업했다.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단골 가게들이 남아 있었지만 나날이 어두워지는 사장님들의 얼굴을 보며 함께 시무룩해지고는 했다. 모여서 취향과 취미를 나누던 친구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지트로 삼을 만한 작은 가게들, 소신과 색깔들이 즐비했던 과거는 영영 사라져 버려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 된 것일까. 그 시간이 영원히 그리움으로만 남게 될 것 같아 조금은 두렵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