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유례없는 육·해·공 연쇄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약 4시간30분에 걸쳐 군사분계선 인근 전투기 위협비행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에 이어 동·서해안 일대에서 해상을 향해 포병 사격을 벌였다.
북한이 쏜 포탄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사격이 금지된 북방한계선(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에 떨어졌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시20분부터 1시25분까지 방사포 등을 동원해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30여발의 포탄을 쐈다. 이후 2시57분부터 3시7분까진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40여발의 포격을 가했다.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었다. 다만 탄착 지점이 9·19 합의에 따라 포사격 및 해상 훈련이 금지된 해상완충구역 내부로 확인됐다. 합참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앞서 13일 오후 10시30분부터 약 1시간50분간 군용기 10여대를 출격시켜 대남 공중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이들 군용기는 군이 유사시에 대비해 북한 상공에 설정한 전술조치선(TAL) 이남까지 내려왔고, 9·19 합의에 따라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에 5∼7㎞까지 근접 비행했다.
북한은 14일 오전 1시49분에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비행거리는 700여㎞, 고도는 50여㎞, 속도는 마하 6(음속의 6배)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이번 도발의 책임을 남측으로 돌렸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도발 직후인 오전 2시17분 대변인 명의 발표에서 “남조선군은 13일 아군 제5군단 전방지역에서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며 “남조선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군사행동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남조선군 포사격’은 13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뤄진 주한미군의 MLRS(다연장 로켓) 사격훈련을 뜻한다. 이 훈련은 9·19 합의로 포병사격이 금지된 군사분계선 5㎞ 이내보다 훨씬 이남인 곳에서 남쪽으로 시행한 정상적인 연습탄 발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방사포 도발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해 빈틈없이 최선을 다해 대비태세를 구축하고 있다”며 “(대응책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남북 간 맺어진 합의와 협약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북한도 협약과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북한 측”이라며 “합의가 유지될 것이냐 파기될 것이냐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이상헌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