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3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문재인정부 안보 라인을 비롯한 20명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가운데 검찰은 ‘월북 조작’ 의혹을 둘러싼 윗선 수사를 본격화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서욱(사진) 전 국방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사건 수사에서 전 정권 장관급 인사가 소환된 건 처음이다. 서 전 장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피살된 2020년 9월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서 관련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기밀(SI) 삭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및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로 유족으로부터 고발됐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당시 국방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시로 이씨 사망에 대해 자진 월북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전 장관은 이날 감사원 수사 요청 대상에도 포함됐다.
이씨 피격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부터 수차례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는 서 전 장관을 비롯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했다. 검찰은 관계장관회의 전후 군사기밀과 국정원이 작성한 첩보보고서 등에 대한 삭제 지시가 하달됐는지, 숨진 이씨에 대한 월북 가능성 관련 논의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관련자 진술을 청취하고 있다. 상부 결정에 따라 국방부와 해양경찰청 등이 자진 월북 발표를 하는 데 이르렀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지난 7월 국정원 고발에 이어 감사원 수사 요청을 받은 검찰은 서 전 장관을 시작으로 박 전 원장, 서 전 실장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은 전직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통해 피격 사건 관련 첩보보고서를 무단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건 당시 청와대에서 생성된 문건 확보를 위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은 계속 진행 중이다. 만약 관계장관회의록 등 이씨에 대한 월북 판단과 연관된 중요 자료가 삭제됐다면 기록 폐기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앞서 해경청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해경에 대한 수사도 진척시킨 상태다. 해경은 단정지을 수 없는 첩보와 신뢰도의 한계가 있는 근거로 섣불리 이씨에 대한 자진 월북 발표를 한 의혹을 받는다. 한편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적용할 법리 검토도 마무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건에 대해 “법리적 의문은 없다”고 말했다.
조민아 구정하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