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화랑가 1번지인 봉산동 화랑거리에서는 요즘 어떤 전시가 볼 만할까.
우손갤러리에서는 중견 안창홍(69) 작가의 개인전을 한다. 부산 출신의 안 작가는 미대를 가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걸은 덕분에 오히려 아카데미즘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독창적인 표현주의 화풍을 구축했다.
특히 맨드라미를 단순한 꽃을 넘어 시대적 비애감에 빠진 인간 군상처럼 표현한 맨드라미 시리즈는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우손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은 처음이라 ‘미완의 리허설’이라는 주제로 50년 작가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개괄할 수 있는 회고전 형식으로 꾸몄다. 고교를 졸업한 첫 해인 1971년 작부터 80년대 민중미술에 참여하며 그린 ‘가족’ 연작, 2014년의 세월호 참사 직후에 탄생한 ‘맨드라미’ 연작,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탄생한 ‘유령패션’(2022)까지 모두 나와 화업의 변천을 살펴볼 수 있다. 예술가의 고뇌를 형상화한 ‘화가의 손’ 작업 등 입체작업도 나왔다.
그는 고교에서 미술반을 했지만 여느 친구들처럼 미대에 진학하지 못했다. 작가는 불안과 소외감 가득 찬 청소년기를 표현하기 위해 청색과 푸른색을 주조 색으로 썼다. 이런 자화상과 풍경화는 작가에게서 두드러지는 표현주의적인 색채와 붓질이 그때에 탄생했음을 보여준다. 12월 3일까지.
우손갤러리와 함께 대구 상업화랑의 쌍두마차인 리안갤러리 대구점은 기획전을 한다. 다양한 국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흑인 작가 11명의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 작업을 소개하는 ‘시대의 색(Color of the Times)’이 그것이다. 연령대는 20대에서 60대까지 다채롭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3~4년 전부터 세계 미술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흑인 작가들이다. 주제는 한마디로 억눌려 있는 흑인들의 자아찾기다.
가나 출신 아난 아포티(37)는 붉은 빛의 눈과 푸른 빛을 띠는 피부 묘사가 특징이고, 나이지리아 태생의 콜린스 오비지아쿠(27)는 마치 등고선과 같이 표현된 피부 표면 구현이 인상적이다. 가나 출신 코넬리우스 아너(28)는 기억의 재구성을 주제로 선조들이 찍은 사진에서 포즈의 영감을 얻어 초상화를 그리는데 직물 및 사진 콜라주를 사용해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전시장 2층은 가나 출신 서지 아투크웨이 클로티(37)의 개인전 형식으로 꾸몄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식수통으로 쓰는 노란색 휘발유용 갤런통을 가지고 만든 설치미술과 덕 테이프를 가지고 콜라주한 초상화가 인상적이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세계 미술시장에서 부상하는 흑인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량이 돋보인다. 29일까지.
대구=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