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박성제 사장 자진사퇴” 野 “MBC만 탄압하나”

입력 2022-10-14 04:03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가운데 모니터에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다룬 MBC ‘PD 수첩’ 화면이 떠 있다. 해당 방송에서 김 여사 대역을 등장시키면서 이를 고지하지 않은 점에 대해 전날 MBC가 사과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는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촉발한 MBC를 두고 격돌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다.

국민의힘은 MBC가 윤 대통령 발언에 자의적으로 자막을 입혀 보도했다며 박성제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MBC만 탄압하고 있다고 맞섰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MBC는 미국 뉴욕에서의 윤 대통령 사적 발언을 날조하는 행위를 했다”며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인간 명예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키는 게 공정한 방송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MBC가 대통령의 불명확한 발언을 단정적으로 해석해 ‘바이든’ 단어가 포함된 자막을 입혀 왜곡 보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대선 당시 MBC는 노무현 서거 13주기를 ‘11주기’라고 잘못 발언한 이재명 후보의 실수를 덮어줬다”면서 “MBC는 내 편이면 ‘방탄 자막’을 넣고 남에게는 ‘흉기 자막’을 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MBC뿐만 아니라 148개 언론이 그렇게 듣고 그렇게 썼는데 어떻게 MBC가 날조했다고 표현할 수 있나. 그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엄호에 나섰다. 윤영찬 의원은 “윤 대통령이 사과하면 다 끝날 문제였다”며 “이 문제를 MBC만 콕 집어서 탄압하는 것은 MBC에 대해 갖고 있는 정부·여당의 감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TV조선도 그렇게 보도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바이든’ 자막을 달아 보도했는데 왜 MBC만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MBC와 채널A의 보도를 비교하며 “채널A는 바이든 부분을 동그라미(OOO)로 처리했고 양쪽 입장을 다 보도했다”며 “정확하게 확인이 안 되면 양쪽 의견을 있는 대로 전하고 시청자가 판단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MBC ‘PD 수첩’의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보도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보도에서 김 여사 대역배우가 상황을 재연했는데, 이 사실을 방송에서 고지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권 이사장은 “엄격하게 MBC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방위원장과 권 의원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MBC를 민주당 방송이라고 말씀하시는데 TV조선과 채널A를 국민의힘 기관방송이라고 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냐”고 말했다. 이에 권 의원은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사회나 잘 보시라”고 맞받았다.

권 이사장은 MBC 내 노조 간 갈등 문제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MBC 내부 갈등 구조를 해소하는 게 제 간절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