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한 공연장. 5인조 걸그룹 ‘뉴진스’가 무대 위에 오르자 이들을 보기 위해 사우디와 인근 중동 지역에서 모인 2만명의 관객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이날은 뉴진스의 첫 중동 진출 무대였다. 전날부터 이어진 CJ ENM 주최 ‘K컬쳐 페스티벌 사우디’ 공연에는 뉴진스뿐 아니라 가수 비(본명 정지훈)와 효린, 선미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개막 이틀 전만 해도 이 공연은 취소 위기였다고 한다. 가수와 매니저, 제작진까지 대규모 인원이 사우디까지 가려면 전세기가 필요한데 항공기 확보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때 국토교통부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항공 운항을 관장하는 항공정책실이 항공업계에 ‘SOS’를 보냈고, 어렵사리 전세기 한 대를 마련해 공연진을 사우디까지 보낼 수 있었다.
문화예술계와 무관한 국토부가 사우디 공연을 적극 지원한 건 한류를 활용해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건설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네옴시티란 사우디 서북부에 들어설 서울 면적 44배 규모의 친환경 첨단도시로 약 700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3일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건설사가 국내 사업보다는 해외 사업 수주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K팝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수출이나 국제행사 유치에도 K팝을 적극 활용해왔다. 지난 7월에는 가수 방탄소년단(BTS)과 배우 이정재를 2030년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산 식품이나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 열리는 ‘K-박람회’에서도 백지영, 김세정 등 유명 가수들이 공연한다. 다만 관가 일각에서 “정부가 한류에 지나치게 숟가락을 얹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