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곡관리법 가속 페달 밟은 민주당, 입법 독주 멈춰라

입력 2022-10-14 04:02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쌀이 판매되고 있다. 연합뉴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돼 상임위 전체 회의에 오르게 됐다. 국민의힘 조정위원 2명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위원 3명과 무소속 윤미향 위원이 찬성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적 위원 6명 중 3분의 2 이상(4명 이상) 찬성이란 법안 요건을 갖췄지만 윤 위원이 민주당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한 셈이다. 쟁점 법안을 다수당이 일방 처리하지 말고 충분한 검토와 논의 시간을 갖자는 취지로 여야가 합의해 도입한 안건조정위의 취지에 반한 것이어서 유감스럽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핵심 법안 가운데 하나다. 쌀 초과 생산량이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했다. 올해 쌀값이 폭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쌀 농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인데 예상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올해 초과 생산량이 25만t으로 예상되는데 남아도는 쌀을 앞으로는 정부가 전량 매입한다면 과잉 생산을 부추길 게 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초과 생산량이 2026년 48만t, 2030년에는 64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까지 연평균 1조원대로 예상되는 매입 비용도 부담이지만 보관·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게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란 우려가 기우라고만 할 수 없다. 재정이 한정돼 있는 만큼 쌀 구매에 예산을 많이 배정하면 콩, 밀 등 대체작물 재배 유도와 스마트팜·청년 농업인 육성 등 다른 곳에 쓸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개정안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농업의 미래와 발전이란 큰 그림을 외면하고 당장 쌀 농가의 표만 노리겠다는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공공비축미 45만t과 별개로 초과 공급물량 45만t을 매입하겠다고 한 만큼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개정안 일방 처리 움직임을 중단하고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