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몇 번이나 미사일을 쐈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과거에 이런 도발의 목적은 나를 봐 달라는 것이었다. 관심을 끌어 원하는 바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 했었는데, 이제 달라졌다. 북한은 지금 스스로 설정한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중이다. 핵무기를 실제 전쟁에 쓸 수 있게 고도화하는 길을 택했다. 우리가 갑작스럽다는 뜻을 담아 도발이라 부를 뿐, 그들은 정해진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 이런 적을 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무모한 행동을 제어할 힘을 갖추거나, 무모한 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친해지거나. 지난 정부가 택했던 후자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평화를 추구했던 그 시간을 북한은 도발의 역량을 다지는 데 썼다. 새 정부가 전자의 길로 선회하면서 강경한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우리도 핵을 갖자”는 말로 요약되는 주장이 여권에서 쏟아져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최근 북한의 도발은 전술핵 미사일을 연습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며 특단의 핵우산 대책을 주문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아예 핵무기 개발을 주장했고, 나경원 전 의원은 전술핵 재배치부터 자체 핵개발까지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자고 했다. 대통령실에서도 “확장 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9·19 군사합의 파기, 한반도 비핵화 선언 파기, 전술핵 재도입 등의 수순을 추측케 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을 다들 너무 쉽게 말하고 있다. 한국의 핵무장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안보 정책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비롯해 국제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중국과 일본을 자극해 동북아 안보 지형의 격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동네방네 떠들면서 여론전을 통해 추진할 일은 아니다. 이런 얘기가 북한의 야욕을 움츠러들게 하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은 이미 길을 정해 가고 있다. 핵무장은 안보 당국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필요하다는 판단이 확고해졌을 때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할 문제다. 섣부른 핵무장론은 엄중한 위협 앞에서 뜬금없이 ‘친일 국방’ 논쟁을 꺼낸 야당의 주장만큼이나 유치하다. 때로는 침묵이 웅변보다 더 중요한 말을 한다. 대화를 거부하고 압박도 무시하는 북한을 향해, 지금은 많은 말을 하기보다 치밀하게 행동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