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보다 못한 ‘뻘수저 출신 목사’ 선한 나눔으로 부흥 일궈

입력 2022-10-17 03:06
스스로를 ‘뻘수저’ 목사라고 일컫는 탁균호(오른쪽) 목사는 다음세대와 미자립교회, 교회성도들을 향한 섬김을 사역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사진은 탁 목사와 이은숙 사모가 미자립교회 월세지원 운동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미아교회 제공

서울시 강북구 미아교회를 섬기고 있는 탁균호(52) 목사의 별명은 ‘뻘수저 목사’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흙수저보다 못한 인생을 일컫는다. 한평생 개척교회에 헌신한 가난한 부친 밑에서 등록금도 내지 못해 중학교 자퇴를 해야 했다. 학교를 그만둔 뒤에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궂은 일을 찾아 헤맸다. 신문 배달은 기본이고 배달통도 들었으며 영안실에서 시신도 닦았다. 일만 한 것은 아니다.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대학에도 들어갔다.

가난한 목회자 아버지가 남긴 유산

힘든 삶 가운데서도 탁 목사의 마음 한켠엔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복음에 대한 열정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개척교회 목회자인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그 아버지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물려받은 셈이었다. 목회자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 우연히 한 교회의 목사가 탁 목사에게 교육전도사를 권유했다. 비록 신학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주일학교를 기꺼이 맡겠다고 했다.

바로 이 곳에서 탁 목사는 목회자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가 부임한 후 주일학교는 크게 부흥했다. 신학에 대한 깊이는 얕았지만 영혼 구원에 대한 진정어린 갈망, 눈물이 주효했다.

최근 만난 탁 목사는 “아이들과 함께 5시간씩 울면서 기도를 했고 변변한 자료 하나 없이 성경을 읽으며 1~2시간씩 말씀을 전했다”며 “갈망이 통했는지 지하 예배당은 아이들로 빠르게 가득찼다”고 회고했다. 이후에도 그는 부임하는 곳마다 크고 작은 부흥을 맛봤다. 주변에서는 그를 향해 “사람을 모으는 능력이 있다”는 말을 자주 건넬 정도였다.

교회 부흥 스토리는 현재진행형

현재 탁 목사가 섬기고 있는 미아교회 역시 기존의 침체를 딛고 부흥 스토리가 쓰여지고 있는 곳이다. 과거 미아교회는 교인들이 대거 떠나는 아픔이 있었다. 교역자들의 사례비는 최저생계비보다 낮았고 때론 그마저도 연체될 정도로 재정이 열악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교회가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은 물론 성도들 수도 부쩍 늘었다. 이제는 교회 내부를 넘어 교회 밖으로 시선을 돌려 섬김 사역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탁 목사는 “그렇게 힘들었던 교회가 지금은 선한 영향력으로 큰 지표를 세우는 교회가 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탁 목사가 내세우는 미아교회 사역의 키워드는 크게 세가지다. 다음세대, 미자립교회, 성도들이다. 우선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한 다음세대를 교회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최대 2개월 동안 미국, 필리핀 등으로 단기선교를 보내고 매학기 일정 학생들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한다. 또 제주도와 강화도 등에서 유명 강사들이 초청된 집회 및 수련회를 쉬지 않고 진행한다.

탁 목사는 “조금이라도 도전을 주고 변화를 줄 수만 있다면 아무 조건없이 투자했고, 앞으로도 아낌없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다음 시대 교회의 기틀을 단단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어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자립교회에 조건없는 나눔도 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역을 할 때마다 탁 목사가 지표로 삼는 성경구절이 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눅 6:38) 미아교회는 아직도 모든 성도들이 10㎏들이 쌀로 성미를 하는데 이것을 매주 후원비와 함께 미자립교회에 보낸다.

아울러 미자립교회 100곳에 영상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관련 기계를 설치해줬고 70교회의 월세도 대신 내줬다. 교회 창립 47주년을 맞이한 지난 8월에는 인근에 있는 20개 미자립교회를 선정해 기념품, 과일,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등록 성도는 끝까지 책임진다”

교회 내 성도들에 대한 섬김도 남다르다. 여기엔 특별한 원칙이 있다. 홀로된 성도, 아픈 성도, 어려움 당한 성도를 우선적으로 책임진다는 것이다. 탁 목사는 주일 후 1시간동안 걸어서 이들의 집에 심방을 간다.

그는 “10분으로 요약된 주일설교를 갖고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성도들, 이 가운데 비대면 예배마저도 드릴 수 없는 나이 들고 아프신 성도들을 직접 찾아가 문 앞에서 예배를 드린다. 해당 성도들의 건강 상태도 일일이 체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번 등록한 성도는 끝까지 신경쓴다는 자세, 그리고 다음세대와 미자립교회 나눔 사역을 주체적으로 감당할 성도들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미아교회가 성장하는 주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