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만 넷인 딸 부잣집 둘째 딸로 대학원에 다니며 잘 지냈다. 그러다 가까운 친구에게 크게 배신을 당한 충격으로 삶이 휘청거렸다. 그런 내게 바로 밑 셋째가 내게 믿음이 무엇이냐는 생뚱맞은 질문을 했다. 그러더니 “언니, 교회를 다닌다고 다 예수님을 믿는 게 아니잖아?” 하며 이 기회에 예수님을 정확하게 제대로 믿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그 한마디가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리며 내 마음에 강력한 물음표를 던졌다.
“언니가 주인 된 믿음은 구원이 없어.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야 그게 진짜 믿음이야.” 정곡을 찌르는 동생 말에 이 기회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고 결단했다. 냉정히 생각해보니 교회는 다녔지만 내가 주인 되어 살아 온 것이 분명했다. 내가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며 심각해하던 어느 날, 전능자가 나의 주인이 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셔서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말씀을 성령께서 비춰주셨다. 이어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되어 살아가는 것이 바로 지옥에 가야 할 가장 무서운 죄임도 선명히 비춰졌다. 예수님 없는 껍데기 신앙으로 구원 없이 살아온 충격에 통곡하며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모든 변명, 염려, 문제들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나에서 예수님께로 주인이 바뀐 것이 너무 행복하여 당장이라도 내 모든 것을 예수님께 드리고 싶었다. 망설임 없이 대학에서 여자 축구선수로 활동하는 동생의 합숙소로 들어가 축구부 아이들을 만났다. 그런데 상상 못할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자 어느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힘들었던 마음을 고백하며 바로 예수님을 영접했고, 다른 선수는 앞으로 숙소에서 같이 예배를 드리자고 했다. 그렇게 첫 방문에서 세 명을 시작으로 대학 여자축구부에 작은 교회가 세워졌다.
그런데 두 번째 예배부터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단지,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우리의 주인이 되셨다는 사실만 선포했는데 아이들의 삶이 놀랍게 변화되어 숙소에서 저절로 전도가 이루어지며 복음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하나 둘씩 인원이 늘어나더니 전체 선수의 절반 이상이 예배에 참석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새 나는 그들의 친언니가 되었고, 그들과 흥분된 삶을 이어갔다. 화가 나면 먹던 음식을 얼굴에 집어 던지는 등 말할 수 없이 못된 짓으로 후배들을 노예 부리듯 하던 아이가 복음을 듣고 기쁘고 사랑이 넘치는 아이로 변했다. 후배들은 언니의 모습에 적응이 안 된다며 오히려 무섭다고까지 했다. 유소년 국가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던 아이가 십자인대 전체가 파열되어 출전할 수 없는 패배감과 좌절로 자살을 하려고 하다가 예수님을 만나 살아나는 일도 일어났다.
아이들은 종일 힘든 훈련의 빡빡한 일정에도 새벽기도를 놓치지 않고 말씀을 사수하며 “언니, 언제 와요?”라는 문자를 보내며 예배를 사모했다. 예배소리가 밖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낮은 소리로 찬양을 하고 말씀을 나누었지만, 예배가 거듭될수록 점점 뜨거워졌다. 정규 대학리그가 시작되면 모두가 모여 “이기든 지든 오직 주를 위해! 예수는 나의 주!” 하며 하늘을 향해 파이팅을 외쳤다. 장소만 그라운드일 뿐, 달리는 것 자체가 기쁨의 예배가 되었고, 선발 출전의 경쟁, 비교와 시기로 가득했던 삶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항상 감사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전지훈련 때도 예배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골절이 되어 목발을 짚고 다닐 때도 땅끝 마을 전남 해남에도 가고, 경기가 있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서 예배를 드렸다. 이 복음의 불길은 늘 정상을 다투던 다른 학교에도 번져나가 두 학교를 오가며 예배를 인도했다. 그러다 뜨거웠던 여름 시즌, 두 학교가 또 다시 결승에서 만났다. 그런데 시합 전날 두 팀이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며 승패와 상관없이 서로 격려하며 주 안에서 진정한 믿음의 경기를 다짐했다. 목사님과 성도들이 단체로 경기장에 찾아와 두 편으로 나뉘어 응원을 했다. 우승을 다투던 양 팀 선수들도, 응원하는 관중도 한마음 되었던 감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교회와 연결된 많은 아이들이 국가대표팀 주전 선수가 되었고 막내동생도 대표팀에 선발되어 수비를 담당했다. 공격수였던 현영이는 올림픽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속에 입은 흰 유니폼을 들어 Jesus라는 글씨를 내보이며 골 세레머니를 했고 이 장면은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 되었다. 지소연, 이현영, 김나래 등 예배에 참가하는 대표팀의 절반이 넘는 선수들은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세계 3위라는 초유의 성적으로 전 국민의 환영을 받으며 돌아왔다. 골을 넣을 때도, 경기가 끝날 때도 녹색 그라운드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지금 나는 춘천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여전히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한 20대 아이들의 일꾼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작은 교회 아이들을 통해 받고 누린다. 복음이 아니고서는 누릴 수 없는 순간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날마다 더욱 예수님을 생각한다. 죄인 중의 괴수였던 날 위해서 당신의 생명을 거신 것처럼 나도 그렇게 예수님을 사랑하고, 당신의 생명을 걸고 사신 영혼을 끝까지 사랑하며 섬기는 사명을 감당하고 싶다.
서에스더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