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성장시키는 시간, 때론 멈추기도 하더라

입력 2022-10-13 18:06

작가 김연수가 9년의 침묵을 깨고 신작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출간했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이후 펴낸 여섯 번째 소설집이다. 꾸준히 소설집을 펴내 온 그에게 지난 9년의 시간은 변화에 대한 내적, 외적 욕구가 강했던 시기였다고 김연수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작품은 그가 최근 2~3년간 집중적으로 단편 작업에 매진한 결과다.

김연수는 작가의 말에서 “오랫동안 단편소설을 쓰지 않았다. 쓰고 싶은 게 없을 때는 쓸 수 없다. 그러다가 2020년이 되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고 나자 뭔가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어두운 시간’이 ‘빛으로 가득찬 이 몸’을 만든다.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삶이라는 힘든 노동은 어두운 시간들로 가득하지 않아? 빛으로 가득 찬 이몸들보다 나은 곳이 있을까?’라는 메리 올리버의 시 ‘골든로드’ 구절을 인용했다.

소설들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이 단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지 않고 그 반대로도 흐르며, 조용히 끊겼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이어지기도 한다고 소설의 주인공들은 말하고, 보여준다. 그들은 한 가지 의미로 정의할 수 없는 시간을 통해 성장한다.

한편으로 소설들은 ‘이야기’라는 소재에 집중한다. 인물들은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은 이야기를 접한 뒤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

단편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스물한 살의 두 대학생은 지구에 종말이 올 거라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으로 떠들썩했던 1999년 여름 동반자살을 결심한다. 이들은 시간여행을 다룬 오래 전의 소설 ‘재와 먼지’를 접한 뒤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된다.

‘난주의 바다 앞에서’에선 아이를 잃고 어둠 속에 갇힌 한 여성이 자신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바다 앞에서 200년 전 그 바다를 지난 역사 속 인물 정난주를 마주한다.

김연수는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스무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가의 일’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신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