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루프 “편견의 시대, 문학이 서로 이해하는데 도움”

입력 2022-10-13 04:05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작가상인 ‘박경리문학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뉴시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작가상인 ‘박경리문학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73)가 한국을 방문했다.

말루프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이 시대에 문학은 오락이나 주변부적 활동이 아니라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세계를 매우 가깝게 연결해주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편견으로 바라보며 대치하는 게 이 시대의 문제”라며 “타인을 깊게 알고 이해하는데 문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게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세계의 진짜 문제는 기아나 무지 같은 게 아니라 조화로운 세상을 사는 것이 정상적이고 가능하다는 걸 상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면서 “문화와 문학은 우리가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그런 점에서 다른 어느 시대보다 지금 문화가 중요하고, 문화로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에서 태어난 말루프는 내전을 피해 20대에 프랑스로 망명한 후 소설, 역사·문명 비평서, 오페라 대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펼쳐왔다. 심사위원회는 “대립되는 여러 가치의 충돌로 인해 개인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는 이 시대에 그의 작품들은 상호이해와 화합의 정신으로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세계문학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말루프는 레바논 민족의 수난사를 그려낸 소설 ‘타니오스의 바위’로 1993년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동방의 항구들’ 등이 대표작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기적의 나라”라며 “레바논도 기회가 많은 나라였지만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여러 어려움을 극복했고 놀라운 번영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또 “작가는 본인이 쓸 수 있는 걸 써야 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며 “내가 출신지와 그 역사를 배경으로 작품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