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작가상인 ‘박경리문학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73)가 한국을 방문했다.
말루프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이 시대에 문학은 오락이나 주변부적 활동이 아니라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세계를 매우 가깝게 연결해주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편견으로 바라보며 대치하는 게 이 시대의 문제”라며 “타인을 깊게 알고 이해하는데 문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게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세계의 진짜 문제는 기아나 무지 같은 게 아니라 조화로운 세상을 사는 것이 정상적이고 가능하다는 걸 상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면서 “문화와 문학은 우리가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그런 점에서 다른 어느 시대보다 지금 문화가 중요하고, 문화로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에서 태어난 말루프는 내전을 피해 20대에 프랑스로 망명한 후 소설, 역사·문명 비평서, 오페라 대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펼쳐왔다. 심사위원회는 “대립되는 여러 가치의 충돌로 인해 개인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는 이 시대에 그의 작품들은 상호이해와 화합의 정신으로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세계문학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말루프는 레바논 민족의 수난사를 그려낸 소설 ‘타니오스의 바위’로 1993년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동방의 항구들’ 등이 대표작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기적의 나라”라며 “레바논도 기회가 많은 나라였지만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여러 어려움을 극복했고 놀라운 번영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또 “작가는 본인이 쓸 수 있는 걸 써야 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며 “내가 출신지와 그 역사를 배경으로 작품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