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세계 20위권의 민주주의 국가.’
한국이 해외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면서 한국 현대사를 평가할 때도 이런 평가를 듣는 게 더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양극화, 극심한 갈등, 무한경쟁, 승자독식, 절차무시 등 단기 압축적 도약 과정에서 불거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12일 ‘2022 국민미래포럼’ 특별강연을 맡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분석해서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통합의 리더십’을 역설했다. 그는 사회통합 리더십의 조건으로 법과 원칙, 소통과 화합, 나눔과 배려 3가지를 들었다.
그는 또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 못지않게 비경제적, 정신세계의 회복이 절실하다”며 준법의식 부족과 부정직(不正直), 생명 경시, 폭력성, 육체노동 천시 등 5가지를 개선해야 할 국민의식으로 지목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일제와 독재 시대를 겪으면서 법을 사회 공동선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통치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법과 원칙이야말로 공정한 민주사회의 기초”라며 “법 위에 법이 된 ‘국민정서법’ ‘떼법’이 발붙이게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총리는 국민의식 개선은 결국 사회통합과 정치 선진화가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치는 포퓰리즘과 편가르기로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는데, 윤석열정부는 이 위선적 난맥을 끊고 새로운 출발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권력을 분산하고 대화와 타협, 절충을 통한 국정운영을 해야 더 큰 동력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바꾸는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민주당, 기독민주당 등 정당 간 연정이 자리 잡은 독일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