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기준금리 3.0%’… 한은, 사상 첫 5연속 인상

입력 2022-10-13 04:0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시대를 맞게 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내년 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가계부채 부실 뇌관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한 연 3.0%로 결정했다. 3개월 만에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빅스텝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도 최근 2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 중인 물가 잡기가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통위 회의에선 금통위원 6명 중 2명이 0.25% 포인트 인상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분기까지 5%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를 희생하든지 간에 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시장에선 한은의 인상 기조에 비춰 연말 기준금리를 3.25~3.50%로 예상했다. 최대 변수는 현재 연 3.0∼3.25%인 미국의 기준금리 변동 폭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보다 8.5% 올라 전문가 전망치(8.4%)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 물가 대응을 위해 다음 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 기준금리 차는 1% 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한은이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 확대를 좁히기 위해 다음 달 빅스텝을 또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빚을 내어 투자했던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영향에 관한 질문에 “올해 1∼8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3∼4% 정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거시(경제) 전체로 봐서는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불어나는 가계 빚 부담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도 수익성 악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의 경우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이 경제성장률을 0.1% 포인트 전후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