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부터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으로 전환한다. ‘기계 덩어리’에서 ‘움직이는 전자제품’으로 자동차의 본격적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18조원을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은 12일 그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 미래를 열다(Unlock the Software Age)’ 행사를 가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취임 2주기(오는 14일)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가리지 않고 내년부터 선보이는 모든 신차에 ‘무선업데이트(OTA) 기능’을 탑재하기로 했다. 구입 후에도 주행성능, 운전자보조기능, 인포테인먼트 등을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이 진화한다는 얘기다. 기존 차량은 연식 변경으로 성능 개선을 이뤘다. 박정국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은 “이제 차의 개념을 다시 정의할 때”라면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으로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커넥티드카 서비스에 가입한 차량이 올해 말 기준으로 1000만대 수준에서 2025년에 약 2000만대까지 늘어난다고 추산한다. 커넥티드카는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자동차다. 여기에서 생성한 대량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구독형 서비스’를 내년부터 일부 차종에 선보인다.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에 발을 들이면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자동차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로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창출할 계획이다. 물류, 쇼핑, 레저, 숙박 등 다양한 산업과의 제휴도 가능하다.
또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설립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일종의 전진기지다. 이곳에서 방대한 모빌리티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를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SDV로의 빠른 전환을 위해 차세대 공용 플랫폼도 개발한다. 새 플랫폼은 전기차마다 제각각인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차급별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획, 설계, 제조 등 일련의 양산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총 18조원을 투입한다.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 등 신사업 관련 기술 개발, 스타트업·연구기관 대상 전략 지분투자,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에 투자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도 점차 확대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대적으로 채용해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