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중소·영세기업 성과부진, 경제 악영향”

입력 2022-10-13 04:02
권순원 “연공형 임금구조가 노동시장 불안 키워”
우태희 “한국 경제, 혁신 막는 규제에 가로막혀”
우미성 “문화·교육에 ‘드러나지 않는 지원’ 필요”


‘대한민국, 길을 묻다: 도전과 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2 국민미래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성장이 기업 간 격차 확대, 혁신을 막는 규제에 가로막혀 멈췄다고 진단했다. 경제 성장의 기초체력 역할을 할 중소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작고, 규제 때문에 혁신마저 막히다 보니 전반적인 활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연공서열만을 따르는 임금 구조는 근로의욕을 저하해 혁신을 막는 장애물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시 성장궤도에 오르려면 경제, 사회의 경직성을 부추기는 규제를 빠르게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국민일보 주최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행사에는 박정수 서강대 경제대학 학장,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우태희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우미성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박 학장은 한국 경제의 기본 단위인 중소·영세기업의 성과 부진이 현재 저성장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규모가 영세하게 유지되면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박 학장은 “미국의 중소기업 고용 규모와 비교하면 한국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저성장을 극복할 방안은 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저생산성을 보이는 작은 규모의 영세기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의 변화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연공에 기반한 임금 구조’가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한국 경제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 교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고령화, 청년 실업, 낮은 고용률, 기술의 노동 대체와 같은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이런 문제의 바닥에는 빠른 변화에 대한 적응을 가로막는 연공형 임금체계가 있다”면서 “연차가 높아질수록 임금 수준이 올라가는 구조에서는 ‘대기업·정규직·남성 근로자’만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 장기근속을 하더라도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MZ세대가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게 하거나 이직을 지속하게끔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저성장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뭘까. 박 학장은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 및 지원 정책으로 혁신성 낮은 다수 영세기업이 한계기업으로만 남아 있다. 고부가가치, 혁신성, 성장 가능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두고 중소기업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 부회장은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규제혁신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경제 활성화 동력이 떨어졌다. 기업에 규제는 ‘손톱 밑 가시’가 아닌 ‘목에 들어오는 칼’과 같은 존재다. 규제 관련 법령을 통폐합하고 입법 평가제를 통해 규제 재검토를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간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가 ‘드러나지 않는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 교수는 “과거 일본 정부는 재팬파운데이션을 설립한 뒤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지 알리지 않으면서 ‘공기’처럼 있었다. 그 결과 1970~80년대 일본학을 북미 지역과 유럽의 대학에 안착시켰다. 자율이 생명인 문화·교육 분야에서 과도하게 정부가 앞장서면 세계 시장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