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의 계도기간이 끝나서 오늘부터 단속에 들어갑니다. 면허증 좀 보여주십시오.”
12일 오후 1시35분쯤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이화초등학교 방면으로 우회전을 시도하던 회색 승용차 한 대가 경찰의 제지에 멈춰섰다. 보행 신호는 빨간불이었지만, 아직 맞은편에서 오던 보행자가 길을 다 건너지 못한 상태였는데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주행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2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가 빨간불이라도 보행자가 있다면 무조건 일시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전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만 일시정지 의무가 있었다.
서울 혜화경찰서 교통안전팀 소속 경찰관 5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이화사거리 일대에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여부 단속에 나섰다. 운전자들은 대부분 새로운 우회전 규칙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횡단보도 앞의 경찰을 보고나서야 뒤늦게 속도를 줄이는 차량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경찰이 단속할 만큼 명백하게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한 차량은 1대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수많은 차량이 지나갔음에도 1건만 적발된 건 우회전 정차 문화가 많이 정착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적발된 운전자는 “오늘부터 단속인 줄 몰랐다. (여기에서) 행사라도 있는 줄 알았다”며 난감해했다.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한 보행자가 있는 줄 미처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관은 운전자에게 개정된 도로교통법 내용을 다시 한 번 안내하고 횡단보도 보행자 통행 방해로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 부과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3개월의 계도기간이 종료된 이날부터 본격적인 위반 차량 단속에 들어가 적발 시 범칙금과 벌점을 부여한다.
경찰청은 보행자 보호의무를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한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운영한 결과 우회전 교통사고가 33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4% 줄어들었다고 이날 밝혔다. 같은 기간 사망자도 40명에서 22명으로 45%나 감소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