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다시 빅스텝을 밟아 기준금리가 3%로 올라섰다.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사상 첫 다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 역대 두 번째 0.5% 포인트 인상, 10년 만의 3%대 복귀 등 여러 기록을 낳았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한은의 공격적 대응을 부른 요인은 물가, 환율, 외환이었다. 5% 이상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달러당 환율이 1430원까지 오른 데다, 한·미 금리 격차로 외화 유출 우려가 커졌다. 물가를 잡고, 환율을 방어하고, 외환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를 감수한 것이다. 우리는 불황의 어두운 터널에 접어들고 있다.
금융통화위원 대다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빅스텝은 여러 경제적 고통을 불가피하게 유발한다. 이번 인상으로 경제성장률은 0.1% 포인트 낮아지고,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은 12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하락한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터에 부동산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면 부실가계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 국내 기업들은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상한선이 2.6~3%라고 답했다. 그 이상이면 영업이익을 다 부어도 이자를 감당키 어렵다는 임계치에 도달했다. 이자 부담에 더해 고금리가 초래할 수요 부진은 많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불가피한 금리 인상과 불가피한 경기 둔화의 충격 앞에서 기댈 곳은 정책의 역할밖에 없다. 가계·기업의 급박한 이자 부담을 줄이는 조치와 함께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상황에도 경제가 돌아가도록 수요를 지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지켜줘야 하는데, 그 방법은 기업에서 찾기 바란다. 지난 정부처럼 재정을 풀어대는 건 여력도 없고 효과도 적어 바람직하지 않다. 가계의 소득원인 기업이 쓰러지지 않고 활력을 잃지 않도록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 돌파구를 찾아줘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의 유연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정부는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