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진동했던 천막 교회… 교회는 그런 곳에 모여든 이들에게 희망 심어줘야”

입력 2022-10-14 03:02

“‘영산’이라는 아호(雅號)에 담긴 뜻처럼 목사님은 저의 눈에 언제나 큰 산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 큰 산 가운데 불어오는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성령의 역사는 수많은 영혼들에게 따라 걸을 수 있는 신앙의 길을 내어 주었습니다. 목사님을 따라 신앙의 길을 걷던 사람들은 그 길 위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삶의 희망을 얻었습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최근 펴낸 영산 조용기(1936~2021)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평전 ‘희망의 목회자’ 발간사에서 이같이 조 목사를 추모했다.

2021년 9월 14일 향년 85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조 목사. 다섯 명뿐이던 천막 교회를 75만명이 모이는 세계 최대의 교회로 성장시키기까지 조 목사의 지난 삶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차치하더라도 조 목사만큼 한국교회의 영욕과 궤를 같이한 목회자가 또 있을까.

이 목사를 비롯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국제신학연구원 관계자들이 그런 조 목사의 신앙과 신학을 계승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책을 펴냈다. 특히 조 목사가 평생 몸담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공식적으로 발간한 평전이라는데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하늘의 부르심을 받기까지 조 목사의 지난 생애와 생전 정립해온 ‘순복음 신앙’을 한데 모았다.


1부에서는 ‘조용기 목사의 생애와 목회’를 주제로 조 목사의 생애를 여섯 시대로 나눠 살핀다. 조 목사가 교회를 정착시켜나가기까지 가졌던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가 드렸던 기도와 간증을 생생하게 녹여냈다. 2부는 ‘조용기 목사의 신학’을 주제로 ‘성령 충만’ ‘영혼 구원’ ‘꿈과 희망’의 메시지로 점철되는, 조 목사가 생전 강조했던 신학이 망라됐다. 정확한 사료와 증언을 기반으로 조 목사가 평생을 걸쳐 펼쳐온 사역의 유래부터 지금 시대에 갖는 의미까지 세밀하게 되짚어본다.

책에 담긴 조 목사의 시작은 성경 구절처럼 ‘미약’했다. 1958년 순복음신학교를 갓 졸업하고 시작한 첫 목회는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허름한 천막에서였다. 순복음신학교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후 믿음의 어머니로 여겨왔던 최자실 당시 전도사와 함께였다.

생전 조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천막으로 지은 교회 안에 들어서면 온갖 악취가 진동했다. 현장을 방문한 미국 선교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런 환경을) 못마땅해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목사는 “교회는 그런 곳에 모여든 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그의 목회 철학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국 나아가 개신교계의 대표 교회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6·25전쟁 이후 삶이 피폐해져 절망 가운데 있던 국민과 근대화, 민주화 시대를 지나면서 소외된 이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들을 함께 품어가며 성장했다. 조 목사는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 항상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성령 충만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우리네 삶이 행복해지고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그의 설교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국내외 교계 지도자들의 추천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위르겐 몰트만 명예교수는 “조 목사님은 위대한 ‘복음 증거자’이자 뛰어난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기도의 사람이셨다”고 했고, 민경배 연세대 명예교수는 “조 목사는 신앙을 우리 생활과 현실 속에 지금 실체로 역동하는 현장의 신앙으로 구도화했다”고 평가했다.

늘 입버릇처럼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라고 부르짖었던 조 목사의 외침이 코로나19에 지치고,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점점 뒤처져만 가는 이 시대 많은 이들의 마음에 또 다른 희망의 메시지로 메아리쳐 온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