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에 맞서기 위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에서 제기되는 것에 대해 전술핵 운용 주체인 미국은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위의 확장억제를 한국에 제공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한국 문제는 한국에 물어야 한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다만 한국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안보 약속은 철통같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등 모든 범위를 포함하는 확장억지 약속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방위태세 강화 및 합동 군사훈련 강화 등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전술핵 재배치보다 확장억제로 대응한다는 데 무게를 둔 발언이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 핵까지 동원할지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많다.
국내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12일 “미국이 군사동맹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핵 공유를 하고 있음에도 러시아의 핵 위협에 수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느냐”면서 “미국이 확장억제력에서 핵을 사용하는 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미국과 핵 공유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발사권을 미국 대통령이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공유가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핵을 공유해도 이런 한계가 있는데 미국이 제공하겠다는 확장억제력만 믿고 있을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북한이 전술핵 운용을 위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개발에 집중하는 경향도 미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북한이 이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키웠지만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으로 타깃을 변경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ICBM으로 미 본토를 공격한다면 미국이 총력을 다해 응징하겠지만 본토 공격이 아닌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할지 의문”이라며 “국면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현재로선 미 확장억제가 제대로 작동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일 간 안보협력이 과거보다 진전되고 있는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양국 북핵 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는 이날 서울에서 만나 북한 핵·미사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