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원빈’ 마우러 “기회되면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입력 2022-10-13 04:06
영화 ‘6명의 등장인물’.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태국의 대표 미남 배우, 국내에는 ‘태국의 원빈’으로 알려진 마리오 마우러(34)가 부산에서 한국 관객과 만났다. 아시아 영화 경쟁 부문인 지석 섹션의 공식 초청작인 ‘6명의 등장인물’에 출연한 그를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만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긴 마우러는 “태국에서도 원빈은 인기가 많다. ‘태국의 원빈’이라는 별명으로 불러줘서 너무 기쁘다”고 말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6명의 등장인물’은 이탈리아 극작가 루이지 피난델로의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을 각색한 작품이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미장센이 잘 꾸며진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는 궂은 날씨 탓에 전기가 나간 호러 영화 세트장에 정체불명의 가족 6명이 유령처럼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검은 옷을 입은 아버지, 어머니, 두 아들과 두 딸이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으로 감독을 응시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죽은 작가가 남긴 작품에서 튀어나온 등장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집에서 내쫓은 남편, 갑자기 어머니를 잃은 어린 아들의 울분,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매춘을 한 딸 등 한 가족의 얽히고설킨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6명이 들려준 충격적인 이야기에 매료된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각색해 영화를 찍기로 한다. 인물들은 각색에 반대하지만 감독은 “아무도 당신들의 진실 따위엔 관심이 없어! 관객들은 내 배우를 보러 오는 거야”라며 무시한다. 그러나 나머지 이야기를 모두 듣고나서 결국 감독도 “작품에서 중요한 건 인물들 안에 숨어있는 진실이구나”라고 중얼거리며 마음을 바꾼다.

태국 배우 마리오 마우러가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마우러는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배우를 보러 영화관에 왔는데 사실은 작품 속 인물이 갖고 있는 느낌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장면을 하면서 나도 소름이 돋았다. 이 영화를 찍기 위해 1년간 연습했는데 이 대사를 할 때마다 새로웠다”고 회상했다.

마우러는 2014년 영화 ‘피막’으로 태국 최초의 ‘천만 배우’가 됐다. 호러를 코믹하게 풀어간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당시를 회상하며 마우러는 “처음에 이 뉴스를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태국 영화 중 이전에는 이렇게 흥행한 게 없었다”며 “사람들이 이 영화 덕분에 나를 알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처음이지만 한국은 이미 여러 차례 왔다고 했다. 그는 김치와 갈비찜, 삼계탕 등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며 웃었다. K콘텐츠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한국 영화 중에선 ‘기생충’을 좋아한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그 안의 모든 인물이 좋았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부산=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