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는 VR, 애플은 AR… IT공룡 헤드셋 승부수

입력 2022-10-13 04:04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메타(옛 페이스북)가 고급형 가상현실(VR) 기기를 공개했다. 메타는 VR을 중심축으로 메타버스 외연 확대를 본격화한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미래 플랫폼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애플은 증강현실(AR)을 핵심기술로 보고 있다. 두 회사 가운데 어느 쪽이 승기를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메타는 11일(현지시간) ‘메타 퀘스트 2022’ 행사를 열고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사진)’를 선보였다. 메타가 지난해 10월 사명을 변경한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VR 헤드셋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소개할만큼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이기도 하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퀄컴 스냅드래곤 XR2+ 플랫폼으로 구동하는 첫 번째 기기다. 12GB 메모리, 256GB 저장공간, 10개의 고해상도 센서 등을 장착했다. 가격은 1499달러(한국 판매가격 219만원)로 2020년 출시한 퀘스트2(399.99달러)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아바타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구현하기 위해 기기 내부에 아이 트래킹, 내추럴 페이셜 익스프레션 등의 기술을 탑재했다. 사용자가 짓는 표정을 아바타가 그대로 따라하는 방식이다. 기존 기기는 눈에 보이는 화면이 흑백이었지만, 메타 퀘스트 프로는 전면 컬러로 구현된다. 메타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업무용 메타버스로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그러나 신제품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IT매체 테크크런치는 “메타는 VR이 미래라고 계속 얘기하지만, 새로 공개된 것은 이미 봤던 것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500달러에 이르는 가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제품 공개 후 메타 주가는 4%가량 하락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VR은 몰입도가 높지만 제한적이다”면서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평생을 VR 속에서 살 길 원하진 않을 것이다. VR은 일정 시간만 사용하는 용도이고, 소통도 잘 안 되는 방식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AR에 대해서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심오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내년 초 AR 헤드셋을 내놓을 전망이다. 애플은 2017년 AR 개발도구인 ‘AR 킷’을 공개한 이후 애플 생태계에 AR을 접목시키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더 많은 사람이 메타의 VR 프로그램보다 애플의 AR 전략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면서 애플의 우세를 예측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