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수지 누적 적자가 관련 통계를 낸 이후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미국발(發) 금리 인상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 수출이 부진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세청은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117억9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 감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10일까지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14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최대 적자였던 1996년 206억2400만 달러를 이미 뛰어넘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역대 최대 연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최근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회복세가 제약되고 있다는 부정적 진단을 내놨다. 중국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흐름은 한국 주력인 반도체 수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8월(-7.8%)에 이어 지난달(-5.7%)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날 IMF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앞서 지난 7월에 내놨던 전망(2.1%)보다 0.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도 7월보다 0.2% 포인트 낮춘 2.7%로 전망했다. IMF는 고물가, 고환율 등 위험 요인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强)달러 현상으로 인한 신흥국 국가부채 문제나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 우려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대면서비스 중심으로 회복해온 국내 경기도 수출이나 에너지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하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심희정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