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가속·침체 공포’ 악재만 가득… 환율·증시 다시 휘청

입력 2022-10-12 04:08
올해 누적 무역적자가 327억14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최대 적자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1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과 미국의 긴축 가속화 전망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11일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던 코스피지수는 2200선 아래로 다시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4%대 낙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20원 넘게 올랐다. 미·중 경제 갈등과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 등 악재가 산적한 탓에 당분간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0.78포인트(1.83%) 떨어진 2192.07로 거래를 마쳤다. 기관이 3103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에 전 거래일보다 무려 4.15% 내린 669.50으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2.8원 오른 1435.2원에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상승 폭은 2020년 3월 19일(40원 상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3.5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환·금융 시장이 요동친 이유는 국내외 악재에 커진 경기 둔화 우려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지난 8일(현지시간)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 사고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며 이틀 뒤인 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거점지역에 보복성 공습을 감행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고용지표가 견조하게 나타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가 유지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9월 실업률은 3.5%로 전달의 3.7%에서 하락해 반세기래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 7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고용이 활발하다는 것은 보통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진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과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계속 올리고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게다가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내적으로는 한국 무역적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지고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미국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일(현지시간) 발표되면 이후 변동성은 한층 커질 수 있다. 3분기 국내 기업 이익이 감소하는 등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172개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은 50조2036억원으로 1개월 전(54조6719억원)보다 8.17% 감소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