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매출 1000억 넘는데 국세청 자료제출 거부… 지난해만 22곳

입력 2022-10-12 04:06
국민DB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냈음에도 세금 징수를 피하려고 국세청의 자료 제출을 거부한 기업이 지난해에만 22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이들 기업 매출은 모두 2조2000억원 이상이었지만 세금 대신 낸 과태료는 4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최대 2000만원인 국세청의 질문·조사 거부 과태료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의 질문·조사를 거부한 기업·개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48건이었다. 매출 규모별로 보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 22곳 외에도 500억~1000억원의 매출을 낸 1곳이 자료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억원 이하의 매출을 내고 자료제출을 거부한 25곳에 대해서도 과태료가 부과됐다.


특히 다국적 기업이 이같은 제도를 악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국세청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48건에는 외국 법인 29곳이 포함돼 있었다. 역외탈세 조사에서 국세청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기업·개인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대부분이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해외 소재지까지 조사를 나가기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2019년부터 질문·조사권 회피 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해 과세 쟁점별·기간별 조사에 대한 불응 행위를 각각 위반행위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해왔다. 그러나 법원이 1개의 세무조사에는 1건의 과태료만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질문조사권의 효력은 약해졌다.

국세청은 조세 회피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질문·조사 거부 과태료를 1억원으로 상향하고 시정 요구 불응 시 2억원의 과태료를 재차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세법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독일, 영국 등은 질문·조사 거부에 대해 고액의 벌금을 매긴다. 징역형 등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해 세무조사 회피를 방지한다. 독일은 정보제공 및 문서제출 불응 때에는 2만5000유로(약 3468만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을 시정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부과한다. 고의로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영국은 제출 의무를 거부한 경우 처음에는 300파운드(47만원)를 부과하고 제출 때까지 매일 60파운드(10만원)를 부과한다. 2년 이하의 징역형 처분도 가능하다.

김주영 의원은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권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한편 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세제개편 과정에서 매출 규모에 따라 과태료 구간을 세분화하는 등의 방안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