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비 줄고, 물가 치솟고… 고환율에 선교사들 한숨

입력 2022-10-12 03:02
해외 사역 선교사들이 고환율·고물가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한국인 선교사가 사역 중인 필리핀 현지 교회 성도들. 국민일보DB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파송을 받아 태국에서 사역 중인 A선교사는 최근 고환율·고물가 여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화로 받은 선교비를 달러로 바꾸면서 액수가 줄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현지 통화인 바트화까지 오르면서 두 번의 환전을 거친 선교비는 팍 쪼그라들었다. 설상가상으로 현지 물가 폭등까지 겹친 상황이다.

그는 11일 “사역비 생활비는 줄인 상태이고, 환율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환전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교단체 소속인 B선교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비를 계속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사역 중인 아르헨티나가 10번째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1년 새 물가가 78%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B선교사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코로나19를 버텨 온 선교사들이 이제 고환율·고물가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교단 등 선교기관들은 선교지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을 논의 중이다.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전철영 사무총장은 “파송 선교사들의 현황을 전수 조사 중”이라며 “(고환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지원이 필요한 만큼 향후 6개월간 추이를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장통합 해외·다문화선교처 관계자도 “최근 한 영국 선교사가 고환율로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호소해 후원교회가 선교헌금을 추가로 보냈다”며 “총회도 사태를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선교기관은 교회와 개인이 한화로 보낸 선교비를 달러로 환전해 선교사에게 보낸다. 선교사는 달러로 받은 선교비를 현지 화폐로 다시 바꾸는데,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선교비가 줄어드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지난 7일 국민은행 매매기준 환율(1422.50원)로 선교비 10만원을 보낸다면 70.30달러다. 1년 전 환전금액(84달러)에 비해 13.7달러나 줄어든 액수다. 선교단체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준으로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마지노로 보는 환율은 달러당 1500원선이다. 1900원까지 환율이 올랐던 IMF 당시 많은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철수한 바 있다.

다만 고환율 상황이 나쁘지 않은 일부 선교지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원화보다 현지 화폐 가치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달러 가치가 높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현지 고물가다. 환율 상승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 강대흥 사무총장은 “선교비를 깎지 않아야 하고 원화 대신 달러로 주는 방법도 고민하면 좋다”고 제안했다. 이미 일부 교회는 달러로 선교비를 보내고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실질 선교비 감소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전북 정읍 성광교회 김기철 목사는 “선교비가 매월 달라져 회계 결산에 어려움은 있지만 안정적인 선교가 더 중요해 달러로 송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후원금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방법도 있다. 전철영 총장은 “파송 기관이 기존 후원금의 10~20% 정도 늘리는 걸 고민했으면 한다”고 했다.

서윤경 장창일 박용미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