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연준 눈치만 보는 금리 인상 말고는 대책 없나

입력 2022-10-12 04:01
11일 코스닥이 4% 넘게 폭락하며 전장보다 28.99(4.15%) 내린 669.50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40.77(1.83%) 내려 2192.07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61% 오른 1435.2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어제 코스피가 거래일 기준 닷새 만에 다시 2200선 밑으로 주저앉고, 코스닥지수는 연저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2년7개월 만에 최대 폭인 22.8원이나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 격화 등 지정학적 악재도 있었지만, 미국 고용 호조세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이 더 세질 거라는 우려가 많이 작용했다. 오늘 한국은행이 또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밟을 거라는 전망까지 가세했다.

강달러와 외국자본 이탈을 부추기는 한·미 금리 차를 좁히기 위한 한은의 금리 인상은 이제 상식으로 통한다. 문제는 수동적, 기계적 인상이 반복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첫 빅스텝을 밟은 뒤 “국내 물가 흐름이 우리가 전망하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금리를 당분간 0.25% 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7~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6%대 전망치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후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될 거라는 기대가 어긋났다.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태도를 바꿨는데, 이는 ‘연준 바라기’에 머문 한은의 현주소를 인정한 꼴이 됐다. 이런 수동적 정책은 자칫 외환 투기세력에 빌미를 제공해 그 피해가 국내 경제주체들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 금리에만 기계적으로 맞추는 식이라면 굳이 금융통화위원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줘가며 정책을 맡길 필요가 있을까. 정부와의 정책 공조 등을 통한 창의적 대안이 아쉬운 이유다. 마침 최근 심심찮게 들려오는 무차별적 금리 인상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경청해봄 직하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는 지난 4일 금리 인상만으론 원자잿값 해결은커녕 신흥국에 타격을 줄 뿐이라며 다른 수단을 촉구했다. 글로벌 투자사 록펠러인터내셔널의 루치르 샤르마 회장은 10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강달러 정책이 미 인플레 타개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분석 결과 달러 1% 하락 시 미 물가 오름폭은 0.03% 포인트에 그치지만 다른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통화 1% 하락 시 물가는 각각 미국의 3배, 6배나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안으로 달러 매각을 제시했다. 이 총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번 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등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외화 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식의 의례적 연설은 각설하고 리스크를 타개할 적극적 국제 공조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