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교회음악의 저작권 문제가 논의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논의가 길었던 만큼 지금은 찬양곡의 저작권 보호에 앞장서는 교회가 늘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는 요원합니다. 저작권료의 부재는 찬양을 만드는 창작자의 고통을 특히 가중시킵니다. 국민일보는 교회음악 저작권 보호 대중화를 위해 “찬양곡 뒤에 사람 있어요”를 외치는 기독·대중음악인의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복음성가 ‘말씀하시면’과 ‘하나님께서 당신을 통해’는 2000년대 한국교회를 강타한 곡이다. 복음에 충실한 가사와 서정적 선율로 청소년과 청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에도 폭넓게 사랑받았다. 여러 찬양단뿐 아니라 김범수 등 대중가수도 무대에서 ‘말씀하시면’을 불렀다.
이젠 한국교회의 ‘스테디셀러 곡’으로 명실상부하게 자리 잡은 이들 곡을 작사·작곡한 건 싱어송라이터이자 예배사역자인 김영범(46)씨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씨는 “20년 전 예수전도단 캠퍼스워십 활동 당시 쓴 곡인데 지금껏 예배에서 제 역할을 잘해 주니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유명 예배음악 작곡가이자 사역자로 국내 현대기독교음악(CCM)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곡에 걸맞지 않은 인지도보다 김씨를 힘들게 한 건 곡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교회 내 시선이다. “교회 일각에서 ‘성령님이 저작권자 아니냐’고 하는 말을 하는데 힘이 빠지더라고요. 설교도 하나님이 저작권자인데, 목회자에겐 그런 말 안 하잖아요.”
‘찬양으로 떼돈을 벌려고 한다’는 의견도 김씨를 지치게 했다. “우리나라는 찬양 저작권으로 집 사고 차 살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아닙니다. 저도 작사·작곡한 곡만 100개가 넘는데 한 달에 저작권료로 5만원 정도 받습니다.”
주변 기독 작곡가나 찬양사역자의 형편도 비슷하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사역자가 과연 있긴 한지 모르겠습니다. 찬양 작곡이나 찬양 사역만 하면서 생활하긴 쉽지 않습니다. 실용음악 강의하며 사역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잖은 거로 압니다.”
김씨는 기독교저작권라이선싱인터내셔널(CCLI)에서 매년 두 차례 저작권료를 정산받는다. 2012년 가입 당시보다 CCLI 회원 교회가 증가하면서 저작권료도 점차 높아졌다. “큰돈은 아니어도 저작권료는 창작자에게 분명 에너지가 됩니다. 교회들이 창작자를 후원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김씨는 매주 후배들의 신보를 소개하는 CCM 유튜버 ‘김프리’로 활동한다. 한 해 3000곡이 쏟아지는 CCM 신곡 가운데 옥석을 골라 소개하는 게 주 업무다. “국내 CCM계 문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는 데 있어요. 들어주는 사람도 많지 않지요. 그럼에도 여러 창작자가 하나님을 알리고 주님의 위로를 전하기 위해 찬양을 만듭니다. 저작권료로 이들을 격려하는 교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