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동박 세계 4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입력 2022-10-12 04:04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일렉포일(동박). 일진머티리얼즈 제공

롯데케미칼이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다. 경쟁사보다 늦게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든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합병(M&A)을 발판으로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11일 미국 내 배터리 소재 지주사인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에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2조7000억원의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주식 2457만8512주(53.3%)와 허 사장 등 2인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엠지테크놀리지의 주식 506만4829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이다. 지분 취득 예정일은 내년 2월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단숨에 한국 2위, 세계 4위 동박 기업으로 올라섰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일진머티리얼즈는 4위(점유율 13%)다. 한국에서는 SK넥실리스(세계 시장 점유율 22%)에 이어 2위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도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양극박, 음극박, 전해액, 분리막 등의 이차전지 핵심소재를 생산하기 위해 헝가리 등에서 활발하게 신규 또는 증설 투자를 하고 있다.

이번 인수도 연장선에 있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얇은 구리 박으로 배터리의 음극집전체에 사용된다. 얇을수록 많은 음극활물질을 담을 수 있어 배터리 고용량화, 경량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수요가 연평균 40% 가량씩 성장해 2021년 26만5000t에서 2025년 74만8000t으로 급증한다고 본다. 다만 기술 장벽이 높아 동박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롯데케미칼은 인수를 마무리하는 대로 해외 추가 공장 증설 등의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6만t이다. 향후 스페인 미국에 거점을 마련해 2027년까지 23만t을 증설할 예정이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는 “세계 최초로 초고강도(90㎏f/㎟) 동박 개발에 성공할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롯데그룹 화학군은 적기의 선택과 집중으로 전지소재사업의 역량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계열사간 협업으로 회사, 고객, 주주의 가치 향상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