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정보망 먹통 사태, 사회안전망 구멍 보는 듯

입력 2022-10-12 04:03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이 11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달 6일 개통 직후부터 먹통 사태를 빚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조기 정상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복지 전산망을 통합한 것인데, 한 달 새 접수된 오류가 10만건이 넘고, 바로잡은 오류는 40%에 머물고 있다.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긴급복지 생계급여 의료급여 영유아보육료 노인돌봄 등 수십 가지 복지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어린이집 원아 등록이 안 돼 아이를 맡기지 못하고, 의료급여가 신청되지 않아 희귀질환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수많은 국민의 삶이 허술한 시스템에 발목을 잡혔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10월 초까지 바로잡겠다고 했으나 운영기관(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개발업체에서 개발자들이 대거 퇴사해 정상화 시점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 정보망 오류 사태는 기술적 미숙함을 넘어 사회안전망을 다루는 이들의 안이함을 보여주고 있다. 개통 전 시험운영에서 3000건 가까운 결함이 발견됐는데, 개통일이 잡혔다는 이유로 충분한 보완 없이 강행하다 사달이 났다. 1200억원을 들여 추진하면서 인력 관리도 제대로 못해 개발자가 없어서 수습에 허덕이고 있다. 얼마 전 부산의 구청 공무원은 아무리 기다려도 바로잡히지 않는 오류의 해결을 재촉하려 시스템의 질의응답 코너에 “긴급복지 신청자가 처리 지연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거짓 글을 올렸다. 공무원이 이런 일을 벌일 만큼 복지현장은 다급하게 돌아가는데, 그것을 뒷받침하는 중앙기관이 안이한 일처리로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현장과 괴리된 탁상 복지의 단면이 드러난 셈이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결국 죽음을 택한 세 모녀를 보며 더 촘촘한 안전망을 다짐한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이런 자세로는 사각지대 해소와 찾아가는 복지라는 목표에 이를 수 없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안전망을 다루려면 훨씬 더 치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