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마스크 해방이 포스트 코로나의 신호탄인 듯 짙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퍼레이드 아래로 야외 행사가 봇물 터졌다. 정원 분야도 마찬가지라 지난주엔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린 북서울꿈의숲을 찾았다. 허름한 놀이공원이던 드림랜드가 강북의 새로운 대형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 13년 전인데, 재기발랄하고 멋들어진 정원들이 새로 배치되며 활기가 넘쳤다. 오산시 맑음터공원에서 진행된 경기정원문화박람회나 세종시 중앙공원에서 개최 중인 정원산업박람회에 이어 주말부터는 부산조경정원박람회도 열린다.
정원박람회 효시를 1862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레이트 스프링쇼’로 꼽는데 세계적 명성을 지닌 첼시플라워쇼의 전신이다. 첼시플라워쇼가 다양한 품종과 작품으로 경쟁하는 축제라면 독일의 정원박람회는 도시를 바꾸는 실천이었다. 1865년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했을 만큼 역사도 깊지만 박람회를 통해 패전 후 도시기반시설 재건, 노후 공원 재생, (통독 후) 동독지역 회복, 최근 기후위기 대응까지 시대별 전략도 탁월했다. 특히 임시 조성이 아닌 박람회 공간에 정원을 영구 조성하며 공원과 도시를 쇄신했다.
우리나라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10회째로 도내 지역마다 거점 공원을 만들었고, 전남 순천시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와 국가정원 지정으로 정원 붐을 선도했다. 서울시도 2015년부터 공원과 지역 재생에 정원박람회를 적극 활용했고, 울산시도 태화강 국가정원 등을 통해 산업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데 애써왔다.
아무리 좋은 노력도 주민의 공감과 참여를 통해서만 지속 가능하다. 지난 3개월간 서울 양천구 연의공원 일대 6곳 2195㎡의 빈 땅을 ‘공원의 친구들(자원봉사자)’이 특색 있는 정원으로 손수 일궜다. 금주 개최되는 양천그린페스티벌은 그 노력을 주민과 함께 즐기고 축하하는 자리다. 정원이 바꾸는 도시는 땅과 사람 모두가 화사하고 또 향기롭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