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대응 연구’ 업적… 버냉키 등 3명 노벨경제학상에

입력 2022-10-11 04:08
왼쪽부터 벤 버냉키 전 미국 Fed 의장, 더글라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 교수. 스웨덴왕립과학원 제공

금융위기를 앞두고 뱅크런(대규모 은행 예금 인출 사태)이 작동하는 구조를 연구해 금융위기 대응에 기여한 미국 경제학자 3명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최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상황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벤 버냉키(68)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더글라스 다이아몬드(69)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필립 딥비그(67)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금융위기 시기 은행의 역할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인 점을 이들의 수상 배경으로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발견은 사회가 금융위기를 다루는 방식을 향상했다. 왜 금융위기 때 은행의 붕괴를 피하는 것이 필수적인지 발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이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금융 위기 때 은행의 붕괴를 막기 위한 연구를 이어왔다. 버냉키 전 의장은 1983년 논문을 통해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예금주들이 돈을 찾으러 은행에 몰려든 것(뱅크런)이 은행 파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인출 행렬이 통상적인 경기 침체를 가장 극적이고 심각한 불황으로 전환하게 만든 매커니즘이 됐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뒤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도 시장의 루머(뜬 소문)가 예금주의 인출에서 은행 붕괴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주로 연구해왔다. 이들은 정부가 예금 보험이나 은행에 대한 최종 대출자 역할을 해서 은행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특히 다이아몬드 교수는 은행이 예금주와 대출자들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통해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은행이 대출자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대출이 양질의 투자에 사용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 도산하면 예금이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이 저해된다는 점에서 은행 도산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이들이 밝혀낸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상자들의 공통점은 결국 통화 정책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금융위기까지 번졌던 매커니즘을 규명해 냈다는 점”이라며 “노벨위원회가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한 건 최근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나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번져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54차례 수여됐으며, 올해까지 총 92명 수상자가 나왔다. 단독 수상 사례가 25차례, 2명 공동수상이 20차례였으며, 올해처럼 3명이 공동 수상한 건 총 9차례였다. 앞서 노벨위원회는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에 이어 이날 경제학상까지 발표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