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4일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해 약 4500㎞를 날아간 탄도미사일에 대해 “신형 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미사일을 정상각도(32도)로 발사해 4500㎞를 비행한 항적이 컴퓨터 화면으로 표시된 지도도 함께 공개했다. 지도에는 빨간색으로 정점, 재진입 지점, 최종 낙탄 지점이 표기됐다.
당초 우리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를 개량했거나 별도의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화성-12형은 주엔진 1개에 보조엔진 4개를 장착한 형태지만, 이번 미사일엔 주엔진 1개만 장착돼 있다”며 “탄두부 역시 기존보다 짧고 뭉툭해졌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미사일이 구조적으로 단순해진 것으로 안전성과 효율성을 꾀한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 평북 태천 일대 저수지에서 SLBM을 발사한 것도 눈에 띈다. 당시 우리 군 당국은 차량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SRBM을 쏜 것으로 추정했지만, 북한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저수지로 보이는 곳에서 탄도미사일이 솟구치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바지선에 발사관을 두고 ‘콜드론치’ 방식으로 쏜 것으로 추정된다. 수중에서 고압 장치로 SLBM을 수면 위로 밀어 올린 뒤 점화되는 발사 방식이다. 이 미사일의 외형은 북한이 지난해 10월 처음 시험발사한 ‘미니 SLBM’과 유사하다. 이에 KN-23을 수중발사용으로 개량한 ‘미니 SLBM’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저수지에서 SLBM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의 미사일 요격체계인 ‘킬체인’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새로운 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개발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실전 운용 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이 제기된다. 저수지 발사는 수중에서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쏘는 것보다 은밀성이 떨어지고, 지상에서 TEL로 쏘는 것보다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저수지에서 SLBM을 운용하기보다는, 북한이 현재 개발 중인 잠수함에 탑재하기 전에 실거리 발사를 통해 정확도와 파괴력 등을 시험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이 보름간의 훈련을 통해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다기종 미사일의 실전 운용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한·미의 대북 미사일 요격체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북한이 7차례 총 12발의 미사일을 쐈는데, 그중 한 번도 실패가 없다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핵무기 능력이 원하는 수준에서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지난 8일 미그-29, 수호이-25 등 군용기 150여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공격 종합훈련을 실시한 것도 이례적이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6일 북한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가 공대지 사격훈련을 벌인 사실은 공개했지만, 8일에 있었던 대규모 공중 무력시위는 알리지 않았다. 군 당국은 ‘특별감시선’ 이북에서 훈련이 이뤄져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 공군은 전투기 600여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운용 가능한 수량은 그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리설주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KN-25 발사훈련을 지켜보며 귀를 막고 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리 여사는 2013년과 2016년 공군 비행훈련 등에 김 위원장과 동행한 적은 있지만, 그 외 군사활동엔 동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