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옮기면 또 다른 차가… ‘불꽃 주차’ 경찰도 속수무책

입력 2022-10-11 04:05
서울세계불꽃축제가 3년 만에 열린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로에서 불꽃쇼를 관람한 시민들과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2 서울세계불꽃축제’ 당시 모두 172건의 교통 단속을 벌였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축제 당일 주정차 위반으로 56대를 적발해 이 중 37대를 견인했다.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 등으로 자동차 전용차로에 진입한 43건도 적발됐다.

경찰의 이 같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행사 당일 여의도 주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정체를 빚었다. 강변북로 등 도로 양방향은 불꽃이 터진 후 차량이 멈추다시피 했다. 불꽃을 보기 위해 아예 차에서 내려 도로에 선 이들도 다수였다. 순찰용 오토바이를 탄 교통경찰들이 돌아다니면서 이동을 재촉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인파와 차량이 몰린 마포대교에서는 다리를 건너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좁은 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장면도 자주 연출했다.

행사에 앞서 경찰이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음에도 이런 상황이 빚어지자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사에 투입된 경력과 장비는 경찰이 당일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이었다고 한다. 관할인 영등포경찰서 교통과 4개팀이 모두 동원된 것을 비롯해 서울 시내 경찰서마다 교통과 4개 팀 중 2개 팀이 동원됐다. 서울경찰청에서 동원할 수 있는 견인차도 7대 모두 투입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불꽃이 터지는 순간 사람들이 멈춰서는데, 아무리 유도를 하고 단속을 해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시민의식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별다른 인명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된 데 의미를 둔다. 또다른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안전 확보와 원활한 교통 소통이 대응의 최대 목표”라며 “별다른 사고가 없었고 제한적으로나마 계속 소통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재개되고 있는 각종 행사에서 집단적 불법 주정차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어 경찰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자체적으로 인력을 크게 늘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및 주최 측과의 협조를 통해 차량 통제 인력을 늘릴 수 있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