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기국회 입법 과제로 제시한 법안들이 대부분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확장해 온 재정을 대폭 긴축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정반대 행보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부모급여나 1·2기 신도시 지원 등을 ‘10대 법안’에 포함해 포퓰리즘성 법안을 들고나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7대 입법 과제’에는 기초연금과 영아·아동수당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초연금 확대법은 65세 이상 국민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65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거나 지급액을 월 40만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기초연금 수급권자의 범위를 65세 이상 국민 전부로 조정할 경우 연평균 14조6421억원을 지금보다 더 써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총 73조2104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총 소요 재정은 5년간 194조9675억원으로 연평균 38조9935억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동수당은 지급 대상을 현행 ‘8세 미만 아동’에서 ‘12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하고 다자녀가구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추가 지급하면(김회재 의원 대표 발의) 연평균 3조1553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2023년 3조5007억원, 2027년 2조7649억원 등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총 15조7765억원이 들 것으로 예정처는 분석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조443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의 ‘10대 법안’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급여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아동수당법은 만 0세아 부모에게는 70만원, 1세아 부모에게는 35만원의 급여를 주는 내용으로 시행 첫해에만 1조2518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에는 이를 100만원, 50만원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라 매년 조 단위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2기 신도시 지원에 드는 예산도 적지 않다. 안철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후 신도시 재생지원 특별법의 비용추계서를 보면 예정처는 향후 5년간 총 7억100만원, 연평균 1억4500만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노후 신도시 수립에 드는 행정적 비용만 추산한 수치로 이주 대책이나 융자 지원 등에 대한 재정 소요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하면 대규모 예산 지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야의 입법 과제들은 민생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당장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인상을 입법의 최우선 순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