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복지정책 확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이다. 해당 정책들은 최근 몇년 동안 대상·규모 면에서 지속 확대됐다. 두 정책 모두 빈곤 및 불평등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정 지출 우선순위나 복지지출 효율성 측면에서 고민해볼 지점이 적지 않다.
두 제도 모두 빈곤 및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다는 실증적 데이터가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김상호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가 지난 5월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제도 구축’ 국제 세미나에서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기초연금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2020년 기준 노인 빈곤율은 45.6%이었지만 기초연금 지급 후에는 39%로 떨어졌다. 보험연구원은 ‘아동수당제도 도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아동수당을 포함한 공적 현금급여 지출이 높을수록 아동빈곤율이 낮고 출산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예산 효율성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 최신 통계를 활용해 4년간(2015~2019년) 국가별 사회복지지출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복지지출 효율성 1.4%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OECD 29개국 가운데 28위에 그쳤다. 이는 한국이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을 1% 늘려도 소득불평등 정도는 1.4% 정도밖에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10일 “정부가 보편적 복지 대신 저소득·소외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 핀셋 복지지출에 나서며 사회지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 부담도 지속적으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소요 재원을 약 8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빠른 속도의 고령화와 맞물려 소요재원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 예산은 2014년 7조원에서 올해 20조원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3배 가까이 늘었다.
아동수당 역시 유사한 성격의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고 자녀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첫만남 이용권·영아수당·아동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공보육 강화를 통해 출산율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지 소득보전을 통해 출산율을 높일지에 대한 정확한 방향성이 없다”면서 “자녀양육과 관련된 여러 제도가 개별적으로 확대되기 이전에 유사한 성격의 사업들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부모급여의 경우 목적이 불분명하고 저출생 문제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정책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부모급여 신설의 타당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기존 가족지원 제도가 영아기에 편중돼 있는데 부모급여도 영아기 현금급여로 신설됐다”며 “엄청난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정책 수요와 효율성, 타당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모급여 사업은 첫해에만 1조2518억원의 재정 소요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부모급여는 생애초기 부모돌봄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우선 선별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