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분양 실적이 급감했다. 역대급 거래절벽에 빠진 주택시장에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줄줄이 뒤로 늦췄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기한 분양 물량이 연말에 쏟아지면 미분양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분양 실적은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14개 단지, 3775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9월 분양 물량(6027가구)보다 37.4% 줄었다. 2020년 1~9월(2만5336가구)과 비교하면 85.1%나 급감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촉발한 주택거래 급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로 본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은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어 분양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올해 초 분양 예정이던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사업지는 분양가 산정문제로 일정이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엔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양을 미루는 분위기였는데, 하반기에는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우려가 커져 분양이 메말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방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미분양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미분양 건수는 5012가구로 2019년 12월(6202가구) 이후 2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미뤄놓은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 미분양 사태는 더 악화할 수 있다. 이달에 예정된 분양 물량은 전국에서 74개 단지, 5만9911가구에 달한다. 전년 동기(1만7791가구) 대비 237%나 늘었다. 수도권에서는 3만508가구를 분양한다. 경기도가 2만414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에서 8개 단지의 6612가구, 인천에서 3483가구를 공급한다.
업계에서는 예정된 분양 물량의 상당수가 연기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에 수요자의 관망세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재정적으로 버틸 여력이 있는 대형 시행사·시공사 위주로 미분양이 날 바에야 일단 미루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시장 활력은 떨어졌는데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금리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공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예정보다 분양 실적은 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