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고에 우는 중소 교회 목회자 자녀 어찌합니까

입력 2022-10-11 03:01
게티이미지뱅크

김모(15)군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원망이 많다. 아버지가 대전에 작은 교회를 세운 개척교회 목사다 보니 집안 형편은 늘 넉넉하지 못했다. 또래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누리는 걸 자신은 누리지 못하게 되면서 열등감만 커졌다. 그렇다고 자신의 원망을 외부로 표출하기도 쉽지 않았다. 목회자 자녀로서 올곧게 보여야 한다는 외부 시선은 부담이 됐다. 축적된 원망은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김군은 부모에게 “왜 목회 하냐”며 반항했다. 결국 부모와 함께 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심리상담을 받게 됐다.

개척교회나 미자립교회를 포함한 중소형 교회 목회자의 자녀는 삶이 녹록지 않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 자녀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제약이 뒤따라 일반적인 청소년기를 보내지 못해 내적으로 병드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중소형 교회 목회자 자녀들에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경제적 어려움이 이들을 고달프게 했다. 또래 친구보다 부족한 삶을 영위하고 비교까지 당하면서 쉽사리 열등감에 빠졌다.

시선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청소년 자녀들은 교회 안팎에서 목회자 자녀라는 이유로 주목받다 보니 불만을 드러내거나 엇나가서는 안 된다. 여기에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이에 따른 폐해도 나타났다. 목회자인 부모와의 갈등이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목회자 자녀가 돼 제한된 삶을 살고 있으니 부모에 대한 원망이 크다.

목회자 아버지를 두고 있는 박모(17)군은 “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데 아버지 때문에 그렇게 못사니 힘들어서 대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개척교회, 미자립교회는 교회와 사택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가 많아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 상황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내적으로 병들기도 한다. 외부 시선 때문에 자기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안으로 억누르는 것이 습관화됐다. 내적 분노나 우울증이 만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소년 자녀들의 4중고를 개선하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부분을 우선 짚었다. 실천신학대 정재영 종교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인 부분은 실질적인 어려움이다. 각 교단은 노회별로 목회자 자녀들에 대한 장학 시스템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예산 운용을 잘해서 이를 교단 차원으로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등한 처지에서 고충을 함께 나누고 조언을 용이하게 받는 환경 형성도 중요하다. 장신대 김성중 기독교교육학과 교수는 “목회자 자녀 수련회, 자녀 정기모임 등 공동체 활성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이 된 후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진출한 목회자 자녀를 찾아 학창 시절을 지나고 있는 청소년 자녀들과 연결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