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부동산PF 대출 3년여 만에 2배 ↑… 부실 뇌관 우려

입력 2022-10-11 04:05

저축은행과 손해보험사, 생명보험사 등 제2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최근 3년 새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 건축 수요가 커지면서 저축은행과 보험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섰지만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메랑’이 된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이 제2 금융권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에 착수했다.

10일 국민일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말 5조2000억원이었던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10조8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19년 말 6조3000억원, 2020년 말 6조9000억원으로 2년간 6조원대를 유지하던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이듬해 9조5000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뛰었다.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 열기가 정점에 올랐던 시기 PF 대출 잔액을 급격히 늘린 것이다.

부동산PF 대출은 토지만 있는 상황에서 건축 사업 자체의 가치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부동산 대출처럼 담보로 잡을 건축물이 없는 데다 사업이 계획대로 마무리되지 않거나 분양에 실패할 위험을 감수해야 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같은 기간 손보사 부동산 PF 대출 잔액도 9조8000억원에서 18조1000억원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저축은행과 유사하게 2021년 한 해 동안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3조5000억원 뛰었다. 생보사 부동산 PF 대출 역시 2018년 14조7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25조4000억원으로 10조7000억원 늘었다.

PF 대출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지만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지금은 위험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제1 금융권 대비 심사가 느슨한 저축은행과 보험사의 부동산 PF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오피스텔 등 매력도가 낮은 건축물을 짓는 사업주의 경우 제1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아 제2 금융권에서 돈을 많이 빌렸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꺾여 분양이 안 되면 이런 차주의 자금 흐름이 경색돼 연체율이 급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부동산을 포함해 모든 PF 대출 사업성 평가에 나서는 등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 여신 심사와 사후 관리 모범 규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은행도 신용도가 낮은 일부 차주가 건축 사업을 포기하거나 분양에 실패하는 등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다.

장 의원은 “부동산 시장은 최근 시중 금리가 상승하고 자산 가격은 하락하는 이중고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제2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전 금융권에 전이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