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최소 4~5년 침체… 과감한 규제 완화로 선제 대응해야”

입력 2022-10-11 04:06
권대중(64)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대한부동산학회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국내 최고 부동산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현규 기자

권대중(64)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최고 부동산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현재 맡고 있는 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직이나 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직 등 이력도 이력이지만 강단에 서기 전 감정평가사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론과 경험을 섭렵한 그가 내놓는 부동산 시장 진단은 파급력이 적지 않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대한부동산학회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권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적게는 4~5년에서 길게는 7~8년까지 침체기를 가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발 금리 인상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할 때 부동산 침체 국면은 피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해법으로는 선제적 조치를 첫 손에 꼽았다. 권 교수는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민간 스스로 경기에 맞춰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임대주택을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집값 하락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전세 문제와 관련해선 전세보증보험 제도 강화를 비롯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 어떻게 전망하나.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부동산 매수 수요가 줄고 있다. 이자 부담이 늘어난 부분은 부동산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은 일반적으로 15~18개월 정도 지속되는데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가 오는 경우다. 그러면 고금리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집을 안 산다. 내년까지는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도 미칠 수 있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지만 부동산은 한 번 침체기에 들어서면 부동산 시장이 적게는 4~5년, 길게는 7~8년까지 침체기를 가지게 된다.”

-이에 대응할 정부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면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다. 그러면 큰일이 난다. 차라리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민간 스스로 경기에 맞춰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정부는 임대주택을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지금 규제 완화한다고 해도 금리가 올라가고 가격 떨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갑자기 거래가 늘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규제를 풀어도 된다. 서울의 경우 강북구나 노원구, 성북구, 은평구 이런 지역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대신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투기 우려가 있으니 좀 더 늦게 푸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규제를 푸는 게 바람직하다.”

-임대주택 늘려야 한다고 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그럴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주택 시장이 침체하고 서민들은 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LH는 이럴 때일수록 임대주택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 LH가 사업을 할 여력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시의적절하게 언제 늘려야 할지는 내부적으로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소형을 공급해야 할지, 중형을 공급해야 할지 역시 검토해야 한다.”

-깡통 전세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전세 피해 대책도 마련해야 할 거 같다.

“우선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정부 기관에 전세보증보험을 들 때 세입자가 잔금 치르고 계약서를 갖다 줘야 보험 가입 신청이 된다. 이미 계산 끝났는데 보험을 못 들 수도 있다. 사후적 대책으로 보인다. 이를 계약서 쓰는 단계부터 사전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공인중개사 손해배상액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몇 건이든 개인은 연간 1억원, 법인은 연간 2억원에 불과하다. 아파트 한 채 값이 10억원이 넘는데 현실적이지가 않다. 건 별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규제 완화 관련해 최근 국토교통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했다. 그런데 여전히 불만이 많다. 조합 설립 단계부터 준공까지 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점이나 부과율(최대 50%)이 가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이나 재건축 조합에서는 사업 승인이 난 뒤부터 준공까지 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맞는 거 같다. 신도시 만들 때도 사업 인가 후 감정평가해서 토지 보상이 나간다. 재건축도 사업 승인부터가 진짜 사업하는 거라 볼 수 있으니 그 때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45%인데 부과율이 최대 50%라는 점도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정부가 한 번에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늦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정부가 맞다고 본다. 재정비 하려면 상하수도·교통·교육 등 이런 기반 시설이 어느 정도 늘고 줄어드는지 시뮬레이션하는 등 도시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이게 걸리는 시간은 2년도 모자르다. 조금 늦더라도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서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실수요자들에게 조언할 부분이 있나.

“내년이면 매수 우위 시장이 확실시된다. 하반기부터는 경매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 감당하지 못하는 물건들이 경매에 나오거나 그 전에 급매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내 집 마련은 내년 하반기 쯤에나 고민하는 게 좋겠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경우 그래도 분양 시장을 노리는 게 좋다고 본다.”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