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곳곳 누비는 5G 물류로봇… 자재·부품 적재적소 공급

입력 2022-10-11 04:04
5G 전용망을 기반으로 하는 물류로봇(AGV)이 적재함을 싣고 경남 창원시 LG전자의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냉장고 생산라인을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물류로봇은 최대 600㎏의 적재함을 옮길 수 있다. LG전자 제공

지난 6일 찾은 경남 창원 LG전자의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3층 냉장고 생산라인 복도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신 공장 곳곳으로 물류로봇(AGV)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류로봇은 최대 600㎏의 적재함을 옮길 수 있다. 사람이 따로 조종하지 않고 자동으로 움직인다.

고공 컨베이어가 설치된 상층부에도 로봇이 보였다. 실시간으로 로봇이 운반작업을 하면서 거대한 ‘부품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물류 엘리베이터로 부품 박스를 천장의 고공 컨베이어로 올리면 최대 30㎏에 이르는 부품을 자동으로 옮긴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장 일대에 고도 제한이 있다 보니 무한정 층위를 높일 수 없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개 층 구조의 생산라인을 만들었다”고 10일 말했다.

로봇들이 끊김 없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비밀은 ‘5G 전용망’에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원활한 물류를 위해 LG유플러스와 협업해 LG스마트파크에 5G 전용 통신망을 구축했다. 5G 모듈을 장착한 물류로봇은 공장 내에서 안정적으로 통신을 하면서 자재를 빠르고 정확하게 운반한다”고 설명했다.

LG스마트파크는 올해 3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한국 가전업계 최초로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이다. 1976년 준공한 LG전자 창원공장을 로봇, 디지털 트윈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하면서 가전 제조공장의 기준점이 된 것이다. LG전자 창원공장에서는 시그니처 냉장고와 오브제컬렉션 및 북미 수출용 프렌치도어 냉장고, 정수기까지 3개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생산 흐름이 끊기지 않는 데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도 한몫한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에 현실과 동일한 대상을 만들고 AI, 빅데이터 등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통합생산동 1층 로비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생산라인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냉장고 생산,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 등의 실제 공장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작업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상태를 10분 전에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10분 뒤에 라인 일부에서 자재가 부족해 정체될 예정이라고 가상공장에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면, 실제 공정에서는 문제를 미리 해결하도록 작업자나 관리자에게 알림을 울린다. 작업자는 자재를 미리 채워 넣어 공정이 멈추는 것을 예방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생산 과정을 시뮬레이션 하기 때문에 1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에 맞춰 부품과 자재를 적시에 공급한다”고 강조했다.

LG스마트파크에서는 로봇의 자동화 작업 ‘정밀도’도 크게 높였다. 냉장고 생산라인에서는 로봇팔이 20㎏ 넘는 냉장고 문을 들어 본체에 조립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하던 일이었다. LG전자는 딥러닝을 통해 로봇 움직임의 오차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였다. 로봇에 3D 비전 기술을 통한 ‘눈’을 달아줘 사람을 대신하게 했다. 일정하고 균일한 품질을 구현할 수 있고, 시간당 제품 생산 대수는 20% 가까이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스마트파크에서는 13초당 1대의 냉장고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LG스마트파크에는 식품·물 과학연구소도 있다. 물과 식품의 성분·특성을 분석하고, 이들 데이터가 제품 출시 후 품질 관리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연구한다. 고객이 LG전자 가전을 어떻게 활용하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지를 집중 분석한다. 가령 식품을 가장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만들거나, 식품을 최적의 상태로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게 식품의 특성을 연구하는 식이다. LG 씽큐(LG ThinQ) 앱으로 간편식에 있는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광파오븐이 자동으로 최적의 조리법을 설정해주는 ‘인공지능 쿡’이 대표적 결과물이다.

LG스마트파크는 아직 미완의 공장이다. 2025년이 최종 완공이다. 고도화한 냉장고 생산라인 1개를 추가하고, 오븐과 식기세척기 라인도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스마트공장 구축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에도 ‘지능형 자율공장’을 도입할 방침이다.

창원=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