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45% 급증… 트윈데믹 현실되나

입력 2022-10-10 04:06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예방 접종을 시작한 지난달 21일 서울 구로아이들병원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계절독감(인플루엔자) 환자 수 증가가 예년에 비해 가파르다. 올겨울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감안할 때 ‘트윈데믹’(2개 감염병 동시유행) 우려가 커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외래환자 1000명당 의심환자 지표인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ILI)’은 올해 40주차(지난달 25일~이달 1일) 7.1명으로 전주 4.9명에 비해 44.9% 급증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8년과 2019년 같은 기간 각각 3.5명, 3.9명이었던 데 비해서도 2배 정도 높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항체가 지속해서 줄고, 감염이력이 없는 1~6세 영유아의 ILI는 12.1명까지 치솟았다. 한 달 전 6.3명의 2배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올해 계절독감 유행이 유독 심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방역당국도 이 같은 우려를 받아들여 예방접종 독려를 위해 유행주의보 발령기준을 ILI 5.8명에서 4.9명으로 낮췄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 지난 2년 새 독감 유행이 없어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유행주의보는 지난달 16일부터 발령됐다.

계절독감이 유행하는 기간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닥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21일 회견에서 “환자가 호흡기 질환 증상으로 병원에 왔을 때 어떤 원인의 감염인지 진단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함이나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과도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겨울에 코로나19 항체가가 떨어질 수 있지만 꼭 면역력 급감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번 유행 재감염률이 10% 수준인 걸 봐도 그렇다”며 “자연감염으로 형성된 면역력이 얼마나 갈지는 장기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당장 트윈데믹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