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가입해야 공인중개사 개업 가능?… ‘제2 타다’ 우려

입력 2022-10-10 04:06

공인중개사의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는 법 개정을 통해 협회를 법정 단체로 지정하고 회원에 대한 지도·관리 권한을 줌으로써 허위 매물이나 시세조작, 전세사기 등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존 개업 공인중개사들 이해를 대변해온 협회에 큰 권한을 실어주면 미개업 공인중개사나 부동산 중개 플랫폼 등 ‘프롭테크’ 업계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제2의 타다’ 사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 단체로 지정하고 개업 공인중개사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정의당 의원까지 24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개업 공인중개사가 협회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대신 공인중개사가 거래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을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도 협회 출범 6개월 안에 가입해야 한다. 입법 취지는 전세사기 등 거래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거래 절벽에다 프롭테크 성장세에 위협을 받는 개업 공인중개사들은 내심 여야의 법 추진을 반기고 있다.

반면 프롭테크 업계에서는 협회에 단속 권한을 줄 경우 새로운 부동산 서비스 산업을 ‘거래질서 교란 행위’로 단속해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해 기존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수료율로 온라인 중개서비스를 한 ‘다원중개’를 고발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9일 “기존 개업 공인중개사의 이해를 대변해온 협회에 단속 권한을 주는 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고도 개업하지 못한 공인중개사는 물론 소비자 권익까지 짓밟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공인중개사협회와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로 중개사 협회가 나뉜 상황에서 특정협회만 법정 단체로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시장 실정을 잘 아는 공인중개사들이 단속에 동참하면 전세사기 등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공인중개사의 협회 의무 가입을 규정한 다른 법안 검토 과정에서 “특정 협회의 독점적 지위로 사업 활동 제한이나 경쟁 제한적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