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손발 되어 사랑 전하니… ‘곳간’ 차고 넘치는 은혜 맛봐

입력 2022-10-11 03:04
금란교회 30~40대 성도 속회 모임인 샬롬공동체 소속 성도들이 최근 반찬 나눔 사역을 위해 가정에 모여 반찬을 만든 후 배달에 앞서 사진을 촬영했다. 금란교회 제공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 9시가 되면 젊은 주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준비에 나선다. 여성들은 콩나물무침 호박전 돼지고기묵은지찜 미역줄거리무침 등을 정성껏 요리해 일회용 용기에 담는다. 또 빵과 과일 등 후식까지 꼼꼼히 챙겨 포장한다. 흰색 바탕의 비닐봉지엔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파란색 글귀가 새겨 있다. 여성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들고 집 밖으로 나간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혼자 식사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서울 금란교회(김정민 목사) 3040 성도 가정으로 구성된 샬롬공동체의 반찬 사역 모습이다.

반찬 사역은 모든 것이 멈춰 버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지난 2020년 4월 시작됐다. 교회 봉사나 모임, 예배까지도 모일 수 없었던 당시 샬롬공동체 성도들은 코로나 전염병을 허용한 하나님의 뜻을 묵상했다. 공동체 성도들은 말씀을 함께 읽고 기도하면서 신앙 본질을 회복하는 은혜를 경험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서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 ‘가지고 있는 것을 필요한 자들에게 나누라’는 마음을 받았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무료 급식소가 폐쇄되자 식사가 어려운 독거노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접했고, 우선 교회 성도 중 어려운 분들을 소개받았다. 이후 주 1회 2~3일 치 국거리와 반찬 4~5가지를 직접 만들어 포장하고 배달하는 사역을 시작했다. 이렇게 ‘착한 일’이 이어지자 주변에서도 힘을 보탰다. 자신의 집에 있던 참치통조림을 꺼내왔고 쌀이나 고기 등 식자재와 금일봉까지 전달하면서 응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한 집사는 매주 빵을 구워 보내주는 등 디저트까지 챙길 수 있었다.

금란교회 제공

젊은 성도들의 자발적 반찬 나눔 사역은 교회의 재정 도움 없이 참여 성도들이 직접 일정 금액을 드려 운영하고 있다. 요리 장소도 교회 식당이 아닌 집에 모여 반찬을 만든다. 식단 계획부터 배달까지 팀 안에서 직접 결정한다. 교회 안에서의 사역을 할 수 없게 되자 반찬을 들고 ‘세상 속으로’ 배달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샬롬공동체 반찬 사역은 3년 차에 접어들었고 4~5명으로 구성된 반찬 사역팀은 2개 팀으로 확장됐다. 각 팀당 10~13가정 정도의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주변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생활이 어려운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반찬 사역을 총괄하고 있는 샬롬공동체 구경희(42) 권사는 10일 “코로나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 공적 마스크만 구입할 수 있던 시기였는데 집에 쟁여두었던 마스크를 보며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마스크를 모아 당시 공적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이 있었던 이주 근로자들에게 나눔을 시작했다”며 “그렇게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멈출 수 없었다. 묵혀뒀던 생필품을 또 나누었고 반찬 나눔 사역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음식은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글귀가 써진 비닐봉지에 담겨 독거노인 등 이웃에게 전달한다. 금란교회 제공

샬롬공동체는 반찬 나눔 사역을 위한 통장을 따로 만들어 운영했는데, 단 한 번도 ‘곳간’이 마르지 않았고 차고 넘치는 은혜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나눔에 참여한 각 가정의 곳간도 채워주시는 은혜를 경험했다. 교회 교육관에 설치한 나눔박스에도 다양한 생필품이 모여 식재료가 모자란 날은 없었다고 한다.

반찬 사역은 지난해 3월 샬롬공동체 내에서 두 번째 팀이 결성되면서 더욱 확장됐다. 현재 샬롬공동체 소속 성도들은 300여명에 달한다. 어떤 식으로든 대부분 반찬 사역에 참여하고 있으며 나눔 활동을 진행할 때마다 SNS에 사진 등을 올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역의 열매도 맺히고 있다. 먹거리를 공급받는 어르신들은 이전보다 표정이 밝아졌고 기도제목도 나누고 자신들의 좋은 일도 함께 나누고 있다 한다. 쪽방촌과 비슷한 환경에 거주하던 한 어르신은 얼마 전 정부 사업의 혜택을 받아 깨끗한 빌라로 이사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반찬 받기를 졸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 권사는 “지난 3년의 사역 기간 천국에 가신 어르신이 세 분이나 된다. 그분들 인생의 끝자락에 따뜻한 식사를 손수 준비해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고 너무나 작은 섬김이지만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사랑을 전달하고 기도해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며 “내 손에 있는 작은 것 하나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반찬 사역인데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기대하지 않은 은혜를 채워주셨다”고 했다.

올해 금란교회 표어는 ‘함께 울고 함께 울며 함께 전진하는 교회’이다. 담임 김정민 목사는 10일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반찬 사역은 교회 내 다른 공동체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집 고치기 등 다양한 섬김 활동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성경 말씀처럼 지금은 서로 마음을 같이하여 고통당하는 이웃을 위해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