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를 꿈꾸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던 스타트업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꽉 막힌 공급망 문제는 더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간다. 여기에 가파른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까지 가세하면서 경영 여건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 퓨처’는 수잔 스웬슨 회장과 브라이언 클로리키 이사를 해임키로 했다. 주주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 이 회사는 2017년 전기차 ‘FF91’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6만명 넘는 계약 대기 고객이 몰렸다. 하지만 아직 자동차를 출시하지 못했다. 자금난과 공급망 문제 등이 이유다. 한때 18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페니 주식(1달러 미만 주식)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일렉트릭 라스트 마일 솔루션’(ELMS)은 지난 6월 파산을 신청했다. 중국에서 배달용 밴을 수입해 미국에서 조립·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자금 압박을 버티지 못했다. 카누, 피스커, 엑소스 등의 다른 스타트업도 고객 예약을 받았지만 차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전기차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이 돈을 아끼지 않는 분야였다. 전 세계 완성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중심축을 옮기면서 ‘제2의 테슬라’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면 ‘대량생산이 가능할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이다.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양산화로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인 코발트, 리튬, 니켈 등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갈수록 심각하다. 스타트업은 공급망 붕괴에 따른 대처 능력이 완성차 업체보다 취약하다. 여기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떠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루시드를 향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공동묘지에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지금은 대외악재가 심각한 상황이다. (전기차 스타트업의) 고난의 시기는 몇 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압도적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은 다를까. 대량생산에 성공한 중국 스타트업도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라는 난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니오는 올해 2분기에 역대 최대치인 15억 달러(약 2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생산비용이 증가한 탓에 적자 폭은 약 4억1100만 달러(약 5700억원)로 오히려 늘었다.
니오와 함께 중국의 1세대 스타트업인 샤오펑, 리오토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양산에 성공한 스타트업들도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구조가 엉망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기차가 가장 호황인 중국에서도 전기차 스타트업은 판매가 늘수록 손실이 더 커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