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도 함께 전시… 신선한 시도 나섰지만 완성도 떨어져 아쉬워

입력 2022-10-09 20:34

전남도립미술관은 ‘조르주 루오’전과 연계해 ‘조르주 루오와 한국미술’전도 마련했다. 1900년대 초반부터 루오의 조형적 화풍이나 예술 정신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 이중섭, 구본웅, 박고석 등 대표적인 근현대 작가들과 함께 강용운, 배동신, 손상기, 김재형 등 전남지역 출신의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나왔다.

과거 대전시립미술관 루오전 등에서는 없던 병행 전시로 시도는 신선했다. 루오는 일제강점기인 1920~30년대 일본 미술계를 통해 한국의 작가들에게도 ‘야수주의, 종교화가’로 소개되며 자극과 영감을 줬다. 특유의 거칠고 굵은 윤곽선을 쓰는 힘찬 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은 ‘동방의 루오’라고 불리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야수주의로 오독된 루오의 작품 세계는 표현주의적 성향을 띄며 전남도립미술관도 이런 관점에서 루오와 한국미술을 조명한다.

하지만 작품 대여가 원활하지 않아 관련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걸어 둔다거나 어떤 맥락에서 작가와 작품이 선정됐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눈에 띈다. 이를테면 구본웅의 경우 루오를 연상시키는 누드화 대여가 안 되는 바람에 ‘푸른 머리의 여인’(사진)으로 대체되면서 영향 관계에 대한 전달력이 약하다. 또 일부 작가의 경우 밑바닥 사람을 다루고 표현주의적 경향을 띈다는 것만으로 루오의 영향권 하에 두는 것이 타당한지 등 토론의 여지가 있기에 촘촘한 연구가 아쉽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