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투기와 폭격기 등 군용기 12대가 6일 우리 군이 설정한 군사분계선(MDL) 이북의 ‘특별감시선(평양~원산)’ 일대에서 편대비행을 하면서 무력시위 성격의 공대지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지난 1년여간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군사 활동으로 판단했다.
북한이 이날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의 한반도 전개를 명분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공중 전력을 동원한 도발까지 감행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 등 군용기 12대가 오후 2시쯤부터 약 1시간에 걸쳐 황해북도 곡산 일대에서 황주 일대로 비행하면서 특별감시선 남쪽으로 시위성 편대비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공중 체공 전력과 긴급 출격한 후속 전력 등 F-15K 전투기를 포함한 항공기 30여대가 압도적 전력으로 즉각 대응했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의 편대비행은 1시간가량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공대지 사격 훈련도 벌인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했다. 북한이 군용기 12대를 한꺼번에 동원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군용기는 우리 군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특별감시선을 일부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감시선은 우발상황 시 군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 공중 전력을 추적·감시하는 기준 선이다.
북한은 공중 무력시위 8시간 전엔 미사일 도발을 벌였다. 합참은 북한이 오전 6시1분부터 6시23분까지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첫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50㎞, 고도 80㎞, 최고속도는 음속의 5배인 마하 5로 탐지됐다. 두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가 약 800㎞, 고도 60㎞, 최고속도는 마하 6이었다. 한·미 정보 당국은 각각 초대형 방사포(KN-25)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사일 발사는 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동해상으로 회항한 것에 대해 북한이 경고 메시지를 던진 지 90여분 만에 이뤄졌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오전 4시37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조선반도 수역에 항공모함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의 정세 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는 데 대하여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도발이 미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맞대응 차원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국 정부도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도발은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이 서로 맞받아치며 공격을 이어가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으로 한·미와 북한 간 대치가 심해지는 모습이다. 미국이 B-1B 전략폭격기 등을 연이어 한반도에 전개하거나 한·미·일 연합훈련을 추가로 진행할 경우, 북한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로 맞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주목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오는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까지 군사적 긴장을 꾸준히 고조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우진 신용일 기자 uzi@kmib.co.kr